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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인 <며느라기>를 읽으면서, 그 결말에 대해서 아쉬움 같은 것이 남았었다. 작품에 담긴 내용이 현대의 시집살이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에 머무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 역시 독자들의 반응 혹은 댓글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그 후속편인 이 책을 엮어냈을 것이다. 굳이 부제로 ‘며느라기 코멘터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뉴스를 보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점 낮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결혼을 포함하여 세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를 일컬어 ‘삼포세대’라는 자조적인 용어가 등장한 지도 꽤 노래되었다. 시집살이에 대해 풍자하는 ‘시월드’라는 표현에도 우리 사회의 결혼제도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고 여겨진다. ‘시 자 들어가는 것은 시금치조차도 먹기 싫다’는 표현이 공연히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내 주위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딸과 며느리를 달리 바라보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여전히 남성중점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며느라기>에 대한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진 이 책에는 설과 추석의 풍경이 만화로 그려지고 있다. ‘설맞이 특별만화’에서는 장남과 결혼한 ‘혜린’이 시댁을 찾지 않은 이유를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구성되어 있다. 결혼이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입장에서는, 맏며느리인 ‘혜린’의 태도가 옳지 못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며느리만 부엌에서 일하고, 당당하게 외출하는 시동생들과 그저 소파에 앉아서 말참견만 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부엌에서 일하는 입장이라면, 과연 ‘혜린’이의 태도를 지난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러한 모습들이 너무도 익숙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추석맞이 특별만화’는 <며느라기>의 후속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설에는 시댁을 먼저 가고, 추석에는 친정을 먼저 간다는 ‘사린’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또한 시댁 식구들도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 불만이 있더라도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특히 그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남편인 ‘구영’의 태도는 대부분의 결혼한 남성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결혼제도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칼럼에서 그 문제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저자의 인터뷰들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친정엄마까지 <며느라기>를 본 느낌과 ‘사린’과 시댁 식구들의 태도에 대해서 진솔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작품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시아버지’ 혹은 작품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내용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여전히 ‘며느리의 역할’ 운운 하면서 작품의 문제의식에 감정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며느라기>의 주인공인 ‘사린’과의 가상 대화와 위근우‧최지은 두 사람의 칼럼도 작품의 내용을 되새기게 해 주었다.
특히 <며느라기>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소개한 ‘시금치’는 어쩌면 우리 사회 보편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결혼제도에서 발생한 시댁 식구와 며느리와의 문제는 결국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개인의 의식만으로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시집살이에 대한 30년의 관념과 지금의 현실은 분명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또 달라져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이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이 아닌 사회 일반의 인식과 문화의 변화가 수반되어야만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의 문제 제기는 결국 21세기를 살아가는 당당한 여성들의 입장에서 쓴 현대의 새로운 ‘시집살이노래’라고 명명할 수 있을 듯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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