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독서 습관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즐겨 찾는 주제나 분야도 서로 다르고, 독서 스타일도 다를 터이지만, 나는 상대방이 책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면서 독서를 즐기지만, ‘중독자’가 되기는 싫다. 개인적으로는 ‘중독자’보다는 그저 즐기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이후 이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기 시작해서, 틈틈이 다양한 이들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각각의 블로그들에는 나름의 개성적인 면모가 뚜렷이 드러나기도 하고, 리뷰와 함께 개인의 생활과 생각들을 진솔하게 풀어놓는 글의 내용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매달 일정한 목표를 세워 독서를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다양한 생각들을 육아일기의 형식으로 꾸미는 이도 있었다. 또한 소설이나 시, 그리고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특정 분야에 대한 마니아들도 적지 않았다. 내 블로그 역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본다면, 아마도 매우 개성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에서는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내용들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SNS 활동을 전혀 하지 않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내가 읽은 책들을 중심으로 틈틈이 리뷰를 남기고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장황하게 내 생각들을 풀어놓았지만,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읽으면서 문득 느낀 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자가 생각하는 ‘독서 중독자’의 면모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중독자’라고 불리는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도 있었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형성된 다양한 구성원들의 책과 독서에 대한 시각들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책날개를 보고 역자의 소개가 저자보다 더 자세하면 그 책을 읽지 않는다든지, 서문에 목차를 따라 개략적인 소개가 되어 있는 책을 주로 선택한다는 등의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들도 재미있었다. 물론 만화라는 형식을 취해서인지,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나에게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였음을 밝힌다.
하지만 독서를 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것은 각자 독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얻어진 생각들은 그저 머릿속에만 가둬놓지 말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 제시된 독서모임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주로 저녁에 부부가 함께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책이기도 하다. 때로는 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그런 기회를 통해서 가닥을 잡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나는 적어도 ‘중독자’라고 평가되기는 싫다. 단지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넓게 보고자 책을 읽는 것일 터인데, 책에 ‘중독’되어 우리의 일상이 영향을 받는다면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