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위고 구부정한 당단풍나무 곁으로 지나가는 바람의 줄기는 차고 차다 그리고,/김향미

[양영숙]

야위고 구부정한 당단풍나무 곁으로 지나가는 바람의 줄기는 차고 차다 그리고,

김향미

김을 매는 일이 풀의 생을 뿌리째 들어내는 일

요양도 아니고 휴양도 아니다

이삿짐은 창고에 맡기고

나는 강가에 맡겨졌다

모든 자의가 타의 같다

강물 위로 카악보트가 지나간다

구령소리와 먼 휘슬소리,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깊이 때문일까

먼 거리가 깊이를 만든다

철제 울타리 사이에 이름 모를 풀들이 자랐다

나는 여기에 이식되고 있는가

삶에 불쑥 뛰어드는 사람처럼

익숙하던 길 위의 낙석처럼

멈추게 하는 모든 타의가 자의 같다

바람이 가끔 아주 가까이 지나가며 괴성을 내지르기도 한다

시선을 울타리 넘어 강을 건너 먼 능선 너머로 간다

유목도 아니고 방향도 아니다

풀은 뿌리에 매달린 흙덩이로 생을 이식하기도 한다

강둑 아래 헬멧 두 개가, 빠르게 지나갔다 빠르면 기차- 그리고,

바람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