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는 고달프다.

50대는 고달프다 <논설고문> 대전매일 <a href="http://go.daum.net/bin/go.cgi?relative=1&url=/Mail-bin/login_f.cgi%3Ferror%3Dlogin%26lu%3D/Mail-bin/send_mail.form.cgi%3FTO%3Dcctoday@cctoday.co.kr">cctoday@cctoday.co.kr</a> 공자는 사람의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일컬었다. 이는 하늘의 명령을 깨달아 알게 됐다는 뜻에서, 50대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50대쯤 되다 보면 비로소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되는 나이다. 서서히 처세에 대한 경륜도 묻어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쉰살 나이를 가리켜 속된 표현으로 애년(艾年)이라고도 말한다. 머리털이 약쑥처럼 희어진다는 뜻에서 그렇게 부른다. 40대를 초로(初老)라 하고 60대가 기로(耆老)라면 50대는 중로(中老)에 속한다. 세상 살기가 고달파지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50대인 것이다. 50대가 되면 저도 모르게 나훈아의 '청춘을 돌려 다오'나 이무송의 '사는 게 뭔지'를 흥얼거리게 된다. 50대가 좋아하는 팝송도 '러브 미 텐더'나 '마이 웨이' 아니면 '예스터데이'와 같은 노래만 즐기게 마련이다. 그런 50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30대나 40대와는 달리 자신과 인생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도 50대가 지닌 특성 가운데 하나다. 10대 중반에 경험했던 사춘기처럼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사추기(思秋期)와 마주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때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적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신체적으로도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면서 오십견과 같은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통과의례에 빠져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직업인으로서 50대는 맡은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직장에서 더 이상 버텨야 할지, 아니면 밀려나기를 강요당하는 냉엄한 현실과도 싸워야만 한다. 이와 같이 인생의 고된 역정에서 겨우 한숨 돌리게 됐다고 생각하게 되는 50대가 되면 근본적으로 변화가 요구되는 위기의 순간을 맞게 돼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인구구조 고령화의 경제, 사회적 파급효과와 대응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업의 평균 정년인 56세보다도 짧은 54.1세에 퇴직한 후 14년간 다른 일을 하다가 68세 때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가 하면 금융산업노조의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시중·지방은행 직원들의 체감 정년은 49세로 나타났으며, 언젠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40대 직장인의 체감 정년은 49세로 똑같았다. IMF 외환 위기 때 정리해고를 당한 주 대상이 평균 49~50세 근로자였다는 조사보고도 있었다. 겨우 50세도 채우기 전에 정든 직장에서 버림받는 신세가 되는 것처럼 난감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인 '사면초가'는 40대가 되면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스산한 초가을을 맞는다는 뜻으로 쓰이고, '오합지졸'은 50대를 다 모아 놓으면 별 볼 일 없는 졸(卒)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라는 말도 있다. 그야말로 인생무상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 위기 이후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조기퇴직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50대 실업'이 또 다른 사회적 재앙으로 부각되고 있다. 요즘 나이 54세라면 아이들 교육도 채 끝내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자녀들 결혼준비 등 목돈 드는 일들도 얼마든지 생기게 마련인 시기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68세까지 더 일하다가 은퇴한다는 조사대로 사는 사람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의 노령층(55~64세) 경제활동 참가율이 감소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재취업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50대 퇴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창업과 공공근로나 단순노동 외에 별로 찾을 수 없다. 창업이 말과 같이 쉽지 않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국민의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만 가는 터에 한창 나이에 일손을 놔야 하는 신세가 가련하기만 하다. 오늘, 이 땅에 사는 50대가 얼마나 고달픈 신세인지 생각해 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