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작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중에서
나는 오랫동안 일명 ‘솔로몬병’에 걸려 있었다(지금도 그 병이 다 나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솔로몬병이란 어떤 갈등에 대해 양쪽 모두에 잘못이 있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자신의 현명함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대략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우리나라가 축구 경기에서 진 상황에서,
“ 생각해보니 심판 입장도 이해가 간다. 선수들이 다 자기 입장만 애기하는데 얼마나 힘들겠어.”
팀장이 별것도 아닌 일에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서 상처받은 여친에게 남친 왈,
“ 너도 나중에 그 자리 가봐. 팀장이 얼마나 힘든 자리인데 그 입장도 이해해야지.”
친구들과 장난을 쳤는데 선생님한테 혼자만 혼나고 온 딸에게 엄마 왈,
“ 선생님이 애들 사정을 일일이 어떻게 다 알아. 네가 이해해야지.“
모임 내 지인과의 갈등으로 마음이 힘들다는 사람에게 친구 왈,
” 들어보니 둘 다 잘못이 있네. 계속 볼 사람인데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네가 풀어.“
나는 살아오면서 저런 말을 참 많이 했다. 그래서 친구나 지인은 많지만 친한 사람은 별로 없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냉정하다’는 평가를 곧잘 들었던 것 같다. 실은 냉정한 게 아니라 ‘솔로몬병’에 걸려 있었던 건데 말이다. 엄마가 시댁과의 갈등으로 속상해할 때도 나는 언제나 중립을 지켰다. 동생이 친구와 싸우고 와도, 부모님이 부부 싸움을 해도 굳건히 중립을 지켰다. 친한 친구가 애인과 싸웠을 때도, 후배가 상사를 욕해도, 지인이 또 다른 지인 때문에 속상해할 때도 나는 대개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가운데를 지켰다. 여기에도 내 나름의 선은 있었다. 그게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건 그들을 위한 게 아니었다. 지독한 솔로몬병 이었다.
영화 <원더>에서 안면 기형으로 스물일곱 번의 성형수술을 한 주인공 어기가 처음으로 가족 품을 떠나 학교에 갔을 때, 어기는 흘긋거리며 쳐다보는 아이들을 향해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 옳음과 친절 중 하나를 선택할 땐 친절을 선택해라.“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친절 대신 ‘옳음’을 선택했다. 그 옳음은 무엇인가? ‘조언’이라는 탈을 썼을 뿐, 나의 편견이며 작디작은 경험 내지는 쓸데없는 간섭이었다.
” 스누피,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에 스누피는 뭐라고 말했을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찰리 브라운의 볼에 ‘쪽’ 입을 맞췄다. 찰리는 말했다.
” 오, 그거 멋진 조언인걸. ”
스누피는 언제나 나보다 한 수 위구나.
첫댓글 여기 작가의 모습이 딱 나의 모습이다. 내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나는 아이들에게 공감보다 옳음을 먼저 말했었다. 그게 교육적으로 더 좋을거 같아서. 그런데 그때마다 둘째딸이 나에게 말했다. “그건 나도 안다고요~ 지금 내가 원하는건 그게 아니잖아요~“ 하고 짜증내며 말했었다. 짜증을 들으면 ”아~, 또 내가 반응을 잘못했구나“ 하고 순간 돌이키며 ” 미안,미안 “ 하며 사과를 하지만 아이의 마음은 이미 상해 더 이상 자신의 말을 이어가려 하지 않았다. 내가 바로 솔로몬병이었던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솔로몬병이라는 진단을 받고나니 시원~하다. 병명을 알았으니 이제는 고치는 일만 남았으니 말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완치되는 그날까지~~~
저도 고백합니다.
당치않는 솔로몬병 환자인걸요.
그러나 당장은 듣기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나중엔 공정한 평가도 하는걸보면 100% 안좋은건만은 아닌듯요~
솔로몬 병 없는 사람은 유료
정신신경과 의사? ^^
상담 공부 아무리해도
무료 상담에
피곤함은 듣는 인내심에^^
하소연 푸념 잔소리 듣다보면
솔로몬병이. ㅎㅎ,,
ㅋㅋ ~~구나,
~~구나 , 공감받기 힘든
친절하지 못한 가족 ㅠ ᆞㅠ
'내 편이라고 단단히 믿고 있던 친구나 가족이 공감해 주지 않을 때 실망을 넘어 화가 난다. 기뻐하는 일이나 칭찬하는 일에 공감해 주지 않을 때보다, 슬퍼하는 일이나 분개하는 일에 공감해 주지 않을 때 사람은 더 크게 실망한다.'
"우리가 그저 알고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기대하는 동감은 절친한 친구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작다."<아담스미스,도덕감정론>
깊은 공감의 글, 감사합니다.
현명한 사람이고 싶은
솔로몬병 환자 한 명
추가인듯요..
공감이 먼저라는 것엔 공감하면서도.
고치기 만만치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