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밝은 산(太 白 山)
2016년 8월에 우리나라의 22번째 국립공원이 되면서
곁에 있는 함백산(1,573m)을 포함시켜
가장 높은 봉우리는 그에게 양보했으나
명칭만은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태백산에는 고찰 망경사가 있고
아버지의 동생인 삼촌에게 죽임을 당한 단종의 비각도 세워져 있다
단종은 영월의 청령포에서 귀양살이를 하다 죽은 후
이 곳의 산신령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곳에서 당골광장으로 내려가는 하산길도 있으나
걸음은 소문수봉을 보고싶다는 눈의 유혹에 따라
조금 더 에둘러 가는 소문수봉길로 들어선다
유심히 눈길을 끄는 저 능선이 달바위봉(월암봉)일까?
겹쳐진 산릉 사이에 솟은 기암의 자태가 신비롭고 오묘하다
휘어지고 구부러진 이 곳 나무들의 몸매는 가히 예술적으로
분명 자연의 지배를 받았겠지만 신의 숨결마저 느끼게 한다
난간줄을 살짝 넘으니 장대하게 뻗어나간 백두대간의 마루금들이 유려하다
발 밑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오금이 저리고~!
문수봉과는 달리 돌탑이 없는 소문수봉에는 금방 도착했다
너덜겅도 문수봉 보다는 규모가 작아 협소하지만
나무가 우거진 동쪽을 제외하면 그래도 조망은 빼어난 편이다
잎서 갔던 최박사님 일행은 이곳에서 식사중으로
과일과 빵을 오늘도 또 얻어 먹었네!
이후 흰눈을 밟으며 약간 지루한 하산길에 들어섰는데
특별히 시선을 빼앗는 곳도 없었지만
서둘러 내려갈 일도 없으면서
일행들을 따라 괜히 속력을 내봤다
무던히 이어지던 내리막에서 갑자기 맞닥뜨린 바위 절개지대
무너지고 잘려 나간 바위 단면들이
옅은 자색과 검고 흰 줄무늬가 조화로운 층을 이루어 세심한 관심을 끈다
문수봉에서 직접 내려오는 삼거리길도 익숙하고
얼어붙은 빙판길도 낯이 익었는데 이 계단은 도통 기억에 없다
야자매트 위에 소복히 덮힌 적설이 조심스러워 더딘 걸음을 하게 했다
왼쪽으로 파인 깊숙한 계곡을 천천히 따라가면
경사진 양옆의 산비탈을 가득 채운
키큰 니기다송의 엄숙한 도열을 받게 되니
국가원수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치성터
여인네 두명이 제물을 진설하고 치성을 드리려는 듯 한데
손이 시려 어쩔줄을 몰라 하기에 내 손에 든 핫팩을 건네줬다
무장애 길처럼 걷기 좋은 낙엽송 숲은
은근한 대화와 햇살이 머무는 그림자가 있다
날머리에 이르러 아이젠을 풀고 당골광장으로 진입하여
얼음축제로 조성된 눈 조각상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조각품들은 약간 부분적으로 녹아 내리기도 했으나
대체적으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지루할 뻔 했던 하산길의 동행이 돼준 일행중의 한 여인!
최박사님 패밀리로 오늘 첫 대면이지만
오래 알고 지냈던 지인(知人)같은 생각이 들었고!
축제는 끝났어도 공들여 제작한 조각품들은
햇볕이 내리쬐건만 아직 건재하다
석탄박물관
새로운 구조물이 세워졌고 탐방객도 늘어난 것 같았으나
역시 오늘도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작은 공원에 작은 눈사람 행렬이 이채로워!
당골광장을 내려서서 상가 지대로 들어서니
넓은 마당에서 요란한 품바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어깨를 들썩이고 몸을 흔드는 산꾼들이 의외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품바
예약된 식당에서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상가주변을 혼자 어슬렁거려 본다
벚나무에 고풍스러운 무늬그림을 그린 지의류(地衣類)도 보이고!
주차장 가운데에는 성황당이 넓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 성황당으로 하여금 당골이라는 지명이 생겨났고
태백산의 가장 번잡하고 중요한 지점이 됐다
주변을 넓혀 주차장과 상가가 조성되어 많은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이끌며
축제를 치루는 광장으로도 사용된다
식당에서 뒷풀이를 끝낸 후
태백 시내를 거쳐 두문동 터널을 빠져나오니
길지않은 겨울해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금왕의 휴게소에 들렸을 때는 어둠이 깃들고
깊은 숲속의 능선 위로 보름달이 슬그머니 떠오르고 있었다
초사산악회 227차 정기산행으로 몇년만에 걸어 본 태백산 종주는
화방재 - 장군단 - 천제단 - 하단 - 문수봉- 소문수봉 - 당골광장으로
약 4시간 30분이 걸렸으며 거리는 10. 1km였다
함께 해준 동료와 산행을 이끌어준 집행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