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아름재운 재단’을 통해서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다양한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공동체를 지원하는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사업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지리산 자락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동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직접 견학을 하기도 했으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지리산 이음’이라는 공동체와 실질에 대해서도 처음 접하였다. 이 책은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지리산 자락에 모여든 사람들의 활동을 통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성장한 ‘지리산 이음’의 활동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보고서는 당사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은 제3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성과와 활동을 검토하고, 그러한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저자 역시 활동가들과의 인연이 전제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고, 또한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지인들과 함께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3~4년 전부터 5가구 정도의 규모로 꾸준히 모임을 갖고, 방학 기간을 이용해 조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 마을들을 답사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그동안 사정에 의해 일부 구성원들이 빠지고 새로 채워지는 등 곡절이 있었지만, 소기의 목표를 향해 어느 정도의 부지를 확보하고 여러 가지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공동체를 꾸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공동체를 꾸리는 가장 기본 단위는 역시 사람일 것이다. 특히 낯선 사람들에 대해 경계심을 갖기 마련인 시골에서는 기존 마을 구성원들과의 융화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당한 시간을 거쳐 구성원들과의 호흡이 이뤄지면, 비로소 마을의 모습과 그 속에서의 삶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최근에는 디지털 문화가 발달하면서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공동체를 꾸린 후에도 단순히 마을 차원의 소통에 머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그러한 과정을 고려하여 <사람 마을 세계를 잇다>로 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러한 책의 제목이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과정을 요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과의 관계와 마을의 성격 그리고 이웃 마을과의 소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여겨졌다.
누구나 우선 낯선 마을에 정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지리산 부근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었기에, 새롭게 이주한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지리산 이음'이 정착되기까지에는 가장 먼저 각자 다른 생각으로 이주해서 주민이 되었던 세 사람이 모여 마을 카페를 만들고, 그곳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을신문과 시골살이학교, 그리고 청춘밥상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틍으로 삼았던 것이다. 공동체의 틀이 어느 정도 갖춰지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불기피한 것이다. 때문에 공동체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특정인에게 일의 하중이 몰리지 않고, 각자 행한 업무에 대한 적당한 보상은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엄무에 지치고, 때로는 소외감을 느끼는 등 상처를 받을 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리산 이음’의 경우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지원과 함께 공동체 사업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고 한다. 애초에 개인이 구입했던 카페 공간을 조합을 만들어 기증하고, 마을신문이나 계간지를 만드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료 사업’으로 남겨두는 등 자신들의 활동을 스스로 평가하고 정리하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어떤 마을에서든 그곳에 거주하는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리산 이음’은 아직은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으나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그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지리산공화국’을 꿈꾸며, 주변의 공동체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하니 그러한 꿈들이 멀지 않은 시기에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공동체 활동을 한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어느 정도의 토대가 갖춰진 곳에서 시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꾸리기 위한 조건은 처한 위치나 주변의 기존 주민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등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지리산 이음'처럼 이미 성공한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되겠지만, 그대로 따라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하겠다. 공동체를 꾸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결국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하여 그 과정에서 느꼈던 다양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앞으로의 나의 계획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