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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에게 2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며 지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외의 여행지를 검색하고,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만반의 계획을 짜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과는 좀 떨어진 곳에서 쉬면서, 산책이나 독서를 즐기면서 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한 시간이 실제로 나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맥주를 소재로 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다양한 정보를 올리면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간간히 소식을 올리는 가족 블로그 하나만 운영하면서, SNS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나에게는 매우 낯선 인물일 수밖에 없다. 다만 술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본 것이 저자와의 첫 인연인 셈이다. 블로그에 올린 정보들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내가 그의 블로그를 방문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하겠다.
2주간의 일정으로 베네룩스 삼국을 돌아보며 맥주를 주제로 한 여행을 하고, 그 여행의 경과와 소감을 남겨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나 역시 최근 맥주를 소재로 한 내용들을 자주 접하고, 그동안 출간되었던 책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나의 관점으로 그는 결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매우 특별한 블로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아가 이러한 여행 계획을 짠다면, 술집만을 돌아다니는 일정에 동의할 수 있는 배우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배우자와 이러한 계획을 짜서 실행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단력과 실행 결과에 대해서 찬사를 보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가 2주간에 돌아본 ‘베네룩스’는 유럽의 프랑스 위쪽에 있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그리고 룩셈부르크의 삼국을 지칭한다. 실제로 이들 나라는 매우 다양한 맥주 브랜드가 있으며, 나 역시 대형 마트에서 그 나라들에서 수입한 맥주를 즐겨 구입하기도 한다. 이 책은 ‘트라피스트를 찾아 떠나는 유럽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중세의 수도원에 원류를 두고 있는 맥주를 일컬어 트라피스트 맥주라고 한다. 때문에 책의 가장 앞부분에 맥주를 만드는 수도원을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여행 일정을 시작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그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 책을 통해서 매우 다양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제 이 나라들을 방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유럽을 가게 된다면 저자의 안내에 따라 몇 군데는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맥주 마니아로 자처하는 저자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양조장과 크라프트 비어를 생산하는 가게(pub)들을 돌아보며, 각각의 특징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고 있다. 그렇게 방문한 다양한 가게의 특징과 그곳에서 생산하는 맥주를 소개하고, 직접 양조장을 방문한 기록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저자의 실제 이동 경로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애주가로써 저자를 통해 대리만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몇몇 마니아를 제외한다면, 저자가 소개한 이러한 여정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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