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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인 자동차의 개발과 관련하여, 그 기술력과 함께 도덕적 판단력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만일 자동차 사고가 난다면 그 운전자에게 과실 여부를 따져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무인 자동차의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무인 자동차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예컨대 다섯 사람이 서 있는 곳을 피하기 위해 한 사람이 있는 곳으로 뛰어드는 것이 과연 도덕적인가 하는 문제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현재도 시험 운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무인 자동차의 개발은 조만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율 주행 자동차>란 곧 무인자동차를 지칭한다고 하겠는데, 그 개념을 ‘운전자가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자기가 판단하여 스스로 움직이는 미래형 자동차’라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청소년용 도서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룰 때, 기술력의 발달과 그것이 가져다 줄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과학과 도덕적 책임이라는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면서, 단순하게 기술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것이 초래할 현실적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방향으로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방향에서 매우 진지하게 과학과 그것이 사회에서 초래할 문제들도 놓치지 않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책은 우선 만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독자들이 매우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우선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다는 가정 아래 우리의 지구를 ‘제3 지구’라고 칭하고, 또 다른 행성인 ‘제5 지구’와 ‘제9 지구’에서 온 존재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주에서 다른 생명체를 찾는 노력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과거 티브이 프로그램에 자율 주행 자동차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출현했던 ‘데이비드 김’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미래형 자동차를 원하는 다른 행성의 인물들과의 협력과 방해로 인해서 겪는 우여곡절을 그려내고 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려는 노력들이 작품에서는 설득력이 충분히 확보되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지만, 더욱이 그것이 우리의 미래형 삶을 위한 것이 아닌 또 다른 행성의 필요에 의해서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후에 대철이라는 인물로 밝혀지는 ‘엑스’라는 인물이 굳이 지구로 와서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을 방해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에피소드는 결과적으로 미래형 무인 자동차가 지닌 윤리적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설정이라고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결국 실수로 인해 자동차를 고장이 나게 한다는 결말로 이끌어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독자들은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이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라기보다 사람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이 초래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실상 이 책에서 미래형 자동차로 제시된 ‘커넥티드 카’는 무인 운전을 제외한다면 상당 부분 우리 생활에서 실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사람들의 삶에 항상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바에 따라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도록 하자.(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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