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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다 한번쯤 누구에겐가 속았다고 생각했던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지인이 갑자기 급박한 사정이 생겼다고 호소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거나. 학연과 지연을 내세우며 친절하게 접근했다가 물건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등 거절하기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이다. 인정에 호소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순간 당황하여 긍정적인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왜 그랬을까 후회를 했던 경험도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내가 직접 겪었던 일이거니와, 이밖에도 그러한 상황을 열거하기 시작하면 매우 다양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업의 실패로 급하게 돈을 빌리려던 지인은 나를 속이려는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 믿지만, 결국 남에게 손을 벌리는 상황에 처하면 나중에 갚겠다는 애초의 약속은 지키지 못할 공산이 크다. 뜻하지 않게 남을 속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이후 연락을 끊거나 서로가 서먹해지는 상황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따지고 보면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보이스피싱은 작정하고 남을 속이기 위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뜻밖에도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들도 보이스피싱이 속았거나 속을 뻔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과거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야바위꾼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교묘한 손놀림과 눈속임으로 상대를 속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야바위꾼들의 행태는 처음에는 상대가 이길 수 있는 것처럼 하다가, 막상 돈을 걸면 반드시 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몇 사람이 한패를 이뤄 활동하기에, 돈을 잃은 사람이 항의라도 할라치면 그 패들이 함께 윽박질러 상대를 주눅이 들어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상대를 작정하고 속이기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검찰 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다양한 사건과 사례들을 통하여 왜 사람들이 속임수에 당하는지에 대해 그 원인과 심리적인 측면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잇는 내용이지만 사람들이 속을 수밖에 없는 심리적 요인을 잘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 과거 동창 관계를 사칭하며 접근했던 사람에게 속아 쓸데없는 물건을 구입한 이후에는, 친분을 과시하며 전화를 거는 경우에는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럴 경우 대부분 동창이라는 것이 거짓이기에, 다시 나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는 없었다. 또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인들의 전화에는 다소 냉정하게 생각되겠지만 분명히 거절의 의사를 밝히며,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대접해 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으로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
모두 5개의 항목으로 구별된 내용을 통해서,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과 각종 사건의 사례, 그리고 언론의 기사와 구체적인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분석하면서 사안에 접근한다면 속임수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을 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내가 겪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였다. 또한 이 책은 사회 초년생들이나 남들에게 속게 속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흔히 사용하는 세일 광고를 언급하면서, ‘속임수의 본질을 알아야 속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으로 내용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상에 대해서 진단하고, 이로부터 ‘이대로라면 평생 속고만 산다’는 제목으로 첫 번째 항목을 서술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흔히 경험했다는 ‘선급금 사기’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결국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내지 않아야만 그러한 사기에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복권을 사거나 불로소득이라고 생각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또한 예컨대 집값이나 주식 등의 가격이 등락하는 것에 따라 자신이 손실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남들과 비교해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가급적 그러한 종목에 투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질수록 잘 속는 세상이라고 진단한다. 대체로 논리가 정연한 말로 상대방을 속이려는 사람들은 달변가인 경우가 많고, 상대를 현혹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강하고, 그래서 ‘한탕’ 혹은 ‘대박’에 대한 심리가 강해 사기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주제는 자연스럽게 ‘속임수는 욕망을 먹고 자란다’는 두 번째 항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단언컨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도박 중독에 걸린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한번쯤 따본 경험을 잊지 못해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주관적인 느낌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과 그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기는 보다 이성적으로 추론해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무도 익숙한 상황이라서 별로 고민하지 않고 행동하면서 속임수에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익숙해서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항목을 통해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누구든지 타인을 제대로 속이려면,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경계심이라는 방어막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래서 다양한 상황을 ‘조작’하여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를 조성한 후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다단계 판매와 신흥종교로 이끄는 이들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화나 방송 등을 통하여 마치 전문가를 소개하는 것처럼 꾸미는 행위도 이에 해당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상대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만드는 상황을 ‘불안은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라는 항목을 통해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불안 유발자를 조심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속임수의 사례를 제시하고 사기꾼과 속는 이들의 상황과 심리 상태에 대해서 소개한 후, 마지막 항목에서 ‘세상의 속임수에서 나를 지키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그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속임수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략을 몇 가지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이른바 ‘희소성의 전략’이나 ‘헐값 전략’ 등 다양한 사례들과 그러한 상황에서 상대의 전략을 간파하고 속임수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기를 권하고 있다. 저자는 거짓말 탐지의 기본은 상대를 관찰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만약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면 말을 할수록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무슨 일이든지 즉각적으로 결정하여 실행하기보다는, 한번쯤 시간 여유를 가지고 그 말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자신이 남들에게 잘 속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정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권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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