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노창호
밤새 내린 봄비로 새벽을 맞는 창문이 흠뻑 젖어, 여명으로 보이는 외부 풍경이 새로워 보인다.
제주 머무는 동안 간간이 올레길 트레킹 도전으로 21코스 중 18개 코스를 마무리하고, 남은 3개 코스에 도전하는 것이다.
어제19코스 진행 후 남원으로 숙소를 옮겨 다소 피곤한 몸을 보채어 7시26분 201번 뻐스를 타고 일주도로를 달린다.
남쪽 해안 따라 숱한 야자나무와 노랗게 열린 하귤의 운치가 망망 대해와 어울려 이색의 새로움을 만들어 준다.
한번 걸었던 길을 대중교통편 몸 싣고, 지난 기억을 흘리며, 유채꽃 만발한 광치기 해변을 지나 성산 일출봉 입구에 하차한다.
산악회원 8명이 눈꽃 만발한 한라산 정상을 찍고, 다음날 이곳에서 하차하여 성산일출봉 정상을 오른 후 노랗게 유채꽃 피운 광치기 해변을 거쳐 2코스를 걸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새로운 생물들의 분포와 괴암석 절벽 따라 표시된 간세(올레길의 상징물로 제주 조랑말을 의미하며, "게으름뱅이"를 "간세 다리"라 하는 방언이 있다.
즉, 천천히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를 즐기라는 뜻을 함포하는 표지판) 방향을 따라 종달리에 이른다.
우묵사스레피가 해변가 괴암석 사이 뿌리 내리고, 강한 생명력으로 고목 되어 울창한 가지 위 녹색 잎을 풍성하게 올렸다.
해변을 지키고 서 있는 여인상은 뜻 밖으로 해녀의 조형물이 아닌, 물구덕 허벅을 어깨 걸치고, 지새항(물을 담아 채우는 항아리로 큰 항아리는 대항)에 물채움을 향하는 아녀자의 여인상이다.
이곳 종달리에 다다르다 보니 많은 사념에 젖어 든다.
우연한 기회로 올랐던 다랑쉬오름...
산정에 올라 조망되는 경관은 제주 어느 오름 보다도 최고의 경치를 만들고 일대 분포되어 있는 모든 오름을 내려다 보았던 기억이 살아난다.
그 아름다운 오름이 4.3시건 때 이곳 종달리 주민이 경찰이 무서워 피해있던 굴을 강제 봉쇄하여 수 많은 주민을 불을 지펴 살해했다는 가슴 아픈 역사로 이곳 주민들은 이 오름을 외면하고 살아 왔단다.
반면 해안 도로에 "해녀의 부엌" 이 있다.
해녀들의 작업장을 리모델링하여 국회의원 되는것이 꿈이였던 어렸던 김춘옥 할머니의 해녀 생활 일대기를 잘 묘사한 연극으로 이곳 출신 청년들이 연출하고, 연극이 끝난후 이곳에서 채취한 수산물을 이용한 부페식 요리를 김춘옥 할머니의 토크쇼와 함께 관중들이 출연진들의 안내로 즐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모든 지난 여행 경험을 스치며, 알 오름을 향하여 발 빠른 움직임으로 이동한다.
올레길은 단순 해안만을 걷는 것이 아니고, 마을 돌담길을 끼고, 골목길을 통과하거나, 밭 경작지를 지나 인근 오름 산정을 밟고 하산하여 다시 해안도로를 걷는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알 오름에 이어 두산봉을 탐방하고 종착지인 안내소에 도착하여 잠시 몸을 추스린 후 종달리 원점을 향하여 이동한다.
지쳐 오는 몸을 이끌고 긴 해변길을 지나 또 다시 지미봉 산정을 오른다.
시원한 봄바람이 땀으로 범벅된 몸을 말려 준다. 저 멀리 하도리 해수욕장 해변에 많은 사람과 윈드써핑을 즐기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시간 흐름에 초조함을 느끼며,
오늘의 목적지인 세화 해수욕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져 천근 만근 무게 되는 느낌이다.
별방진 이르러진 돌로 구축된 성곽안의 아름다운 유채꽃을 보러 들어선 발걸음이 실망으로 가득차 오른다.
지난 해 봄 들렀을 때는 여러 신혼 부부 팀들이 유채꽃 밭과 돌로 높이 구축한 성축 배경 사진을 찍으려던 모습이 사라지고, 꽃밭 마져 없어진 일반 농지로 변한 빈 밭이 덩그러니 모습 드러낸다.
지친 몸을 해변 도로가 세워진 안전 축대에 몸을 기대고, 만보기에 시선을 멈춘다.
오늘 36,675 보의 이동거리 22.7km...
서화 해수욕장까지 남은 도보거리 2.4km를 아쉬워 하며, 오늘 일정을 이곳에서 정리한다.
올레 전 코스중 남은 약39.2km를 이번 제주 여행중 마무리 하려 하였으나 일요일은 온종일 비내림 기상예보로 목표 달성을 가름하기 힘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