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과 늑대’ 그리고 無備有患(장순휘)
경기신문 ▲ 장순휘 정치학 박사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이솝우화’는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노예이자 이야기꾼이었던 이솝(BC 6C 초~564)이 지은 우화모음집의 제목이다. 그의 우화는 어른에게도 큰 교훈이 되어 처세와 지혜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양치기 소년과 늑대’는 이솝우화의 대표작으로서 반복된 거짓말이 주는 위험을 통해 ‘정직(正直)’하라는 교훈을 가르치고 있다.
유명한 우화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양치기 소년은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외친다. 그래서 동네어른들이 낫과 곡괭이를 찾아가지고 허겁지겁 달려갔더니 양치기 소년은 ‘늑대는 없어요. 심심해서 소리를 질렀어요.’라고 거짓말을 얘기한다. 그 이후에도 양치기 소년은 3번씩이나 반복해서 거짓말을 했다.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이 있는 목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양치기 소년은 목이 터져라 ‘늑대가 나타났어요! 진짜 나타났어요!’ 하지만 동네 어른들은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을의 모든 양들이 늑대에 의해 죽었다.”는 우화지만, 안보적 시각에서 재분석을 해보면 심각한 국가적 교훈을 도출해 낼 수도 있기에 다루고자 한다.
만일 그 거짓말이 숲속에 숨어서 호시탐탐 양떼를 노리는 늑대를 대비한 양치기 소년의 책임감에 근거한 불시 비상소집이었다면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나마 양치기 소년이 늑대의 출현을 예상하고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낫과 곡괭이, 몽둥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았을 것이고, 과거보다 신속한 출동태세가 배양되었을 것으로 재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지고 늑대의 기습을 대비하고자 동네주민의 비난을 감수해 가면서 비상소집훈련을 시켰던 양치기 소년의 진심은 왜곡되었고, 결국은 마을의 가장 소중한 재산인 양떼가 속수무책(束手無策) 죽임을 당하는 비극이 초래된 것이었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양치기 소년과 북한군이라는 늑대를 동시에 상대하는 마을 주민은 아닐까하는 함의를 적용해 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지난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남북 긴장국면에서 우리 정부과 군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올바른 유비무환(有備無患)이었을까를 성찰해 봐야한다.
사실 북한군은 8월20일 오후 5시 북한의 ‘48시간 뒤 군사행동 최후통첩’과 21일 비상확대회의에서 ‘준전시상태 선포’하여 전면전 직전의 최고명령을 하달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군은 국지도발로 임의로 판단하고 ‘진돗개 1’로 대응한 것은 과연 적절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적들이 전면전을 하겠다고 군사력전개를 하는 시간에 ‘설마’하는 안일한 대비태세였다면 안보시스템 의사결정의 절차적 결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면전과 국지도발은 전쟁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 하물며 북한군의 전면전 동향이 시시각각 한미연합사 정보분석팀에 확인되고, 지상, 해상, 공중부대의 전투서열(Order of Battle)이 준전시상태의 매뉴얼대로 시기, 위치, 규모 등의 전개가 확인되는 순간에도 아군의 조치가 국지도발 대비였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존 케리 미국무장관도 9월 1일 발언을 통해서 “한반도에서 남북 간 언제든지 전쟁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북한이 조성한 준전시상태는 우리 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이 전면전을 대비한 실전적인 훈련을 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생각보다 국가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나 늑대가 분명히 숲속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불편해도 사전에 준비해야 불행을 스스로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국민들도 이번 안보위기에서 과연 진지한 대처를 했었는가를 성찰해 봐야한다.
막연히 ‘전쟁은 안날 것이다’라는 바램으로 버텼다면 이는 심각한 ‘안보무방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일 ‘안보무방비’였다면 그것은 ‘안보불감증’보다 더 심각하다고 사료된다. 무비유환(無備有患)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