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영화를 끝으로 반지원정대 여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호흡이 좀 길었던 책이라 이번에는 좀 가벼운 맘으로 선택한 책이 있었으니
<리스본행 야간열차/들녘>입니다.
영화를 통해 재미를 느낀 분도 계실테고,
이미 책을 읽은 분도 있지만...
모두 모여 최근 소설의 또다른 재미를 찾아 비오는 화요일 모여앉았습니다.
오늘 함께 한 분들은요.
이쁜공주, 개나리, 꼬작, 망고, 여르미, 앤, 파리의 여인
(바람은 병문안차 서울에 가야했고, 곱단이님은 일산 나들이 날짜를 잠시 착각하셔서 못오시고,
알모는 아침일찍 충주에 내려가시고...)
<그리스인 조르바>, <돈키호테>, <걸리버여행기>를 읽어봤음에도
책을 읽는 속도가 어쩐지 가장 늦네요. 줄거리를 쫓아가는 책이 아니라선가봐요.
아니면 첫날이라서....오늘은 ~p44 까지 읽었습니다.
-그레고리우스의 갑작스런 선택, 결정에 대해 각자가 느낀 정도의 동의, 의아함등을 얘기했습니다.
-그레고리우스가 낯선 언어, 좋아하는 언어에 대한 느낌을 얘기하는 부분
"모국어가 뭐지요?"
그는 조금 전에 이렇게 물었다.
"포르투게스(Portugues)."
'오'는 '우'처럼 들렸고, 올리면서 기묘하게 누른 '에'는 밝은 소리를 냈다. 끝의 무성음 '스'는 실제보다 더 길게 울려
멜로디처럼 들렸다. 하루 종일이라고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에스파나어, 그 언어는 아내의 영역이었다. 라틴어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르다는 사실이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라틴어와
너무나 비슷한 단어들이 골목에서, 카페에서, 슈퍼마켓에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것, 코카콜라를 주문할
떄나 물건을 사고팔 때, 욕을 퍼부을 떄 사용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상상을 할 때마다 그레고리우스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가 라틴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들이 과거의 모든 침묵을 자기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고,
뭔가 대답하라고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언어는 온갖 소란스러움에서 떨어져 있었고, 확고부동하며 아름다웠다.
그레고리우스는 라틴어를 죽은 언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위인들이었다.'
"포르투칼어를 할 줄 아세요?"
그레고리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언어의 연금술사>. 참 아름다운 제목 아닌가요?"
"조용하고 우아하군요. 지나치게 번쩍이지 않는 은처럼. 다시 한 번 포르투칼어를 읽어주시겠어요?"
귀에 들리는 소리가 온몸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그 글은 오직 자신만을 위해, 그것도 모든 것이 달라진 이날 오전을 위해
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학 CD에서 단어와 짧은 문장을 따라 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포르투칼어를 따라 하는 그의 입술과 혀는 무겁고 뻣뻣했다.
고전어들은 베른식 억양으로 말하는 그의 입에 적절하게 맞았다. 시간을 초월한 그 세계에서는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포르투칼어는 그레고리우스의 기를 꺾어놓았던 프랑스어처럼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플로렌스는 프랑스어의
질주하는 듯한 우아함을 사랑했다. 그녀가 프랑스어로 말할 때의 가벼움이 귀에 들려오면 그레고리우스는 침묵하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오전에 만난 포르투칼 여자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가 편지를 쓴 사람에게 왜 화가 났는지 물었다.
정말 뛰어내리려고 했나요? 새 단어와 문법을 눈앞에 떠올리며 모르는 표현과 동사 형태를 찾아보았다. 포르투게스. 벌써 얼마나 다르게 울리는가! 지금까지 이 단어는 갈 수 없는 나라에 있는, 마법에 걸린 보물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그가 문을 막 열게 된 궁전에 장식된 수많은 보석 가운데 하나였다.
-그레고리우스의 성격,가치관등을 알 수 있는 부분들(앞으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그레고리우스가 졸업시험을 치른 이유는 오로지 아내 플로렌스의 강요 때문이었다. 박사 학위를 딸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누군가 박사 학위를 딸 생각이 없냐고 물으면 그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아주 단순했다.
문법이든 표현 양식이든 고전의 외진 구석까지 모두 알고 표현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역사를 아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일을
잘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겸손함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요구가 많은 사람이었다. 변덕이나 뒤틀린 허영심도 아니었다. 나중에
그는 가끔, 자신의 이런 태도는 잘난 척하는 세상을 향한 조용한 분노, 허풍선이들을 향한 꺾이지 않는 고집이라고 생각했다.
팔꿈치에 가죽을 댄 낡은 재킷, 그 안에 받쳐 입은 자라목 스웨터, 무릎이 나온 코듀로이 바지, 가장자리에만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아있는 대머리, 흰색이 드문드문 섞여 약간 지저분해 보이는 잿빛 수염.
그는 평생을 살아온 이곳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여기가 집이었다. 심한 근시인 그에게 이런 낯익음은 중요했다. 그와 같은 사람에게 자신이 사는 도시는 비닐하우스나 동굴, 안전한 건축물이었다. 그 외의 것들은 위험했다. 그의 안경만큼 두꺼운 안경을 쓴 사람만이 이런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플로렌스는 그 느낌을 알지 못했다. 그가 왜 비행기 여행을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비행기에 올라타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세상에 도착한다는 사실-그 중간에 놓인 개별적인 모습들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은 그레고리우스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우리 둘 모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존경하지요. 그의 <명상록>가운데 한 부분을 기억하실 겁니다.
'내 영혼아, 죄를 범하라. 스스로에게 죄를 범하고 폭력을 가하라. 그러나 네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중에 너 자신을 존중하고 존경할 시간을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 단 한 번뿐이므로. 네 이생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너는 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았고. 행복할 때도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인 듯 취급했다....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책속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에 실린 좋은 글귀들까지 다 옮겨적기엔 지면이 좁습니다.
무작정 읽어나가기엔 우리의 이해력이 많이 부족하네요.
천천히 작가와 저희들의 호흡을 맞추기까지 애써보아요.
담주를 기대하며....
첫댓글 빠른 후기...덕분에 후기를 먼저 읽고 책을
읽습니다. 아무래도 후기덕분에 좀 더 쉽게
읽히네요..
오늘은 병원때문에 늦게 갔고 다음부터는
성실 출석을 약속!
제일 성실하신분....,,,,
이리 길게 ~~~
힘 않드셨슈우~~
암튼 잼 나게 읽을것같으우~~
책않읽는나로선 이시간이 무지 행복하다우~~담주에 만나여~~
행복할 때도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인 듯 취급했다... 이제 영혼의 떨림을 찾아나선 대머리 주인공... 파이팅!!
궁금했는데 빠른 후기 고맙습니당~~
소문만 무성하더니... 괜한 걱정을 했네요.
44쪽까지 읽고 가지요.
오늘은 화요일인데 앤쌤도 수요일로 착각을...
송선미쌤도 수요일이래서 화요일이라 알려드렸는데... 이상타...
이후 읽을 책은 이렇게 정했지요.
아직 못 정하신 분은 함께 읽을 짧은(^^) 책 추천하셔도 좋아요.
1.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글/문학동네/망고)
2.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패니 플래그 글/민음사/앤)
3. 속죄(이언 매큐언 글/문학동네/알모)
ㄴ수정!!!
송선미쌤이랑 저랑 혹시 그 노래 때문에 착각하게 되는 건 아닐지 몰라요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주고파
흰 옷을 입은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그녀에게 주고 싶어
슬퍼보이는 오늘밤에는
아름다운 꿈을 주고파
깊은 밤에도 잠못 이루던
내 마음을 그녀에게 주고싶어
한송이는 어떨까
왠지 외로워 보이겠지
한다발은 어떨까
왠지 무거워 보일거야
실은 그대 눈을 씻어주고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슬픈 영화에서 처럼
비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깃을 올려 세우며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