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집안에서만의 '거식증'

난 예전부터 먹는걸 엄청 좋아했다.

그렇게 먹고도 살이 안찌는걸 보면 아마도 예민한 성격탓이 아닌가 싶다.

난 집에서는 이상하게도 뭘 먹지 못한다.

친구들과 부페집에가서 그렇게 위장에 구겨넣던 삼겹살도

집에서 한점 집어서 입에 넣을라치면 구역질 부터 나온다.

다른 음식도 억지로 배가 고프니까 일차적인 본능을 해소하기위해서

조금 먹는거지 그외에는 잘 먹지 않는다.

오죽하면 맨날 라면 몰래 사놓고 야간에 mother 잘시간에 몰래 끓여먹고

봉지는 비닐에 싸서 밖에다가 갖다 버릴까....

이 증상의 원인은 아마도 어릴때의 기억이 아닐까 싶다.

어릴때 우리집은 못사는 편이었다.

두분다 맞벌이를 나가셨고. mother 이 새벽부터 힘든일을 나가시니

집안의 위생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항상 방에는 개미가 기어다니고있었고.

부엌에는 바퀴벌레가 숨어다니고 있었다.

음식을 해놓고도 잘 보관이 안되서 항상 날벌레나 바퀴벌레가 빠지기 일쑤였고.

하루는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저녁식사로 김치찌게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찌게가 거의 바닥을 비워갈쯤 난 심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내가 그렇게도 우리 형제가 그렇게도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던 김치찌게의

바닥에는 커다란 '바퀴벌레'가 그 특유의 누런 배를 드러낸채 누워있었던 것이었다.

난 극심한 위장의 압박을 느꼈고, mother 에게 눈치를 보냈다.

mother은 두눈을 찡긋하면서 무언의 경고를 보냈고, 난 먹던밥을 뱉으러

부엌으로 달려나갔다. 헛구역질을 하면서 입을 씻어냈고,

차라리 구역질을 해서 위장까지 비우고 싶을 정도였다.

거기서 더 죄책감이 들었던것은 mother 의 무언의 폭력에 의해서

난 내 형제들을 그 벌레찌게로부터 구출해내지 못했다는것이었다.

그들은 계속 그 찌게를 먹어댔고, 기어이 밥한공기를 다비우고나서야

숫가락을 놓았다.

난 내 정체성과 우리집의 정체성 나아가서는 mother 의 정체성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어쩌면 외계인 V 라는 영화와 내 현실까지 혼동이 생길지경에 이르렀다.

그외에도 하얀명태국에 개미 수백마리가 빠졌는데.

그걸 father 는 그냥 버리기 아깝다고 드셨고.

쌀에는 계속해서 쌀벌레와 구더기가 득실댔는데도

몇번 씻지도 않고 그걸로 계속 밥을 해댔다.

배가 고프니 먹어야 되고.

먹다가 흰색쌀과 똑같은 모양의 흰색 구더기가 나오면

배고픔의 본능보다 이성적인 혐오감이 더 강해져 먹던 도시락 뚜겅을 닫곤했다.

그렇게 어린시절부터 군대가기 전까지 계속 음식속의 벌레와 싸움을 벌여왔고.

최근까지 그 벌레와의 싸움을 끝이 나질 않는다.

이제는 내 머릿속까지 그 벌레가 기어들어가 꿈틀거리는것 같고.

집에서는 모든음식이 다 먹고싶지가 않다.

음식 어딘가에. 저 빨간색 건더기 뒤쪽에.

저 국 밑바닥에. 김치국물속에...........

어딘가에. 어디서든. 벌레가 숨어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엇하나 먹을수가 없다.

오늘또 라면을 끓여 먹었다.

또 봉지는 비닐에 싸놓았다. 이제 나가면서 밖에 쓰레기통에 버릴 참이다.

난 오늘또 집에서의 한끼를 안먹음으로써 mother 에게 그 벌레에 대한

복수를 하고있을지도 모른다.........

[^ㅡㅡ^]

흠..그러게요..이해는 가지만 이럴수록 본인만 해로운데..건강도 성격까지 이상이 온거같은데요..?생각을 바꿔보세요.몇살인지 모르지만 본인이 해먹을수도 있지요.가끔이라도.본인이 설거지도 할수 있고..지금부터라도 이런식으로 바꿔가야지요..부모에대한 미움인지,단순히 그런 어린시절때문인지는..모르겠네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