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5 정혜경
북유럽과 루터교의 영향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들었어요. 루터교 최주훈 목사가 『루터의 재발견』이란 책에서 루터교의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란 메시지가 북유럽 루터교의 나라에서 실현되었다고 해서 그 구체적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저자의 아내가 덴마크인이라 덴마크인의 일상생활부터 주변 북유럽 나라에 대해 관찰하기가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제가 인상깊게 보았던 것들을 정리해보았어요.
첫째, 덴마크가 신뢰수준이 높은 사회라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경제평등뿐 아니라 양성평등사회를 만든 덕분에 사회적 결속이 강하고 놀라운 신뢰수준과 연관해서 부패가 적은 나라라고 하지요. 한 사회에 신뢰가 있으면 행정절차가 더 간소하고 효율적이라는 것, 이런 신뢰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닐 겁니다. 저자는 한국은 신뢰수준이 낮은 나라로 하위 25%로 보았지요. 한편 39쪽에서 ‘덴마크의 상실이 곧 덴마크의 성공비결이었다. 처절한 패배의 역사 덕에 덴마크는 다른 북유럽 나라보다 더 끈끈하게 단결할 수 있었다.’ 이런 대목을 보면 편히 얻는 신뢰와 안정이란 없는 거구나, 덴마크도 나름대로 극복의 역사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결속을 위해서 정부가 단체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 신뢰 수준과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하고 교육과 산업까지 연관되지요.
둘째는 덴마크인들이 세금에 대해 너그러울 뿐 아니라 기꺼운 태도, 세금을 자부심의 표현으로 자선처럼 지위의 표현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런 사회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솔직히 신기했습니다. 조선이 꿈꾸던 사회, <예기>에 나오던 ‘대동사회’도 믿음을 기반으로 한 사회인데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는지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실현을 찾아보기는 정말 어렵지 않은가요. 기득권들의 반대, 사람에 대한 평등의 개념이 없다는 것이 나라 전체의 발전과 안정을 발목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덴마크인들의 이런 사고 배경에는 실천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 루터교 목사였던 그룬트비가 있었고 좀 더 알아보고 싶습니다.
셋째 핀란드 교사들이 핀란드의 지적 자유를 위해 싸운 전사들이었고 민중의 촛불이었다는 것 그래서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교사에 지원했다고 하는데 핀란드 교육의 우수성에는 이 요인이 가장 커 보였습니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강대국 사이에 낀 지정학적 위치에 있지요. 그러나 2차 대전 후 용감한 자급자족 정책 덕에 러시아에 진 빚을 청산하고 미국과 맺은 동맹도 모두 끊고 냉전이라는 체스 게임에서 전략적 말이 되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니 참으로 대단한 나라입니다. 수세기 동안 연마한 기민한 정치적 실용주의가 현명해보였어요. 자연을 소재로 한 디자인 산업과 무민 동화 등 우리에게 여러 면에서 친밀감을 주는 나라입니다.
넷째 아이슬란드에 대해서는 직접 읽은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 받아들이기만 했습니다. 앞으로 도움이 될 듯합니다.
다섯째 노르웨이가 세계 석유산유양이 1위라는 것에 놀랍고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석유수입으로 인한 복지 혜택이라면 우리나라가 따라갈 수 없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경제평등이 북유럽 전체의 행복과 성공의 밑바탕이라는데 신뢰수준이 세계적으로 낮게 평가된 한국이 어떻게 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습니다. 또 지금 누리는 노르웨이의 복지가 상당부분 석유수입으로 인한 것이라면 운이 좋은 나라라는 생각과 동시에 저자 말대로 석유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도 어느 정도 져야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섯째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가 2차대전 시절 독일과 그렇게 밀접한 관계였고 나치 협력 부분이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영국이 그보다 백년 전 중국인들을 아편에 중독 시켰던 것이나 인도의 기아문제를 생각하면 영국 남성이 정의로운 듯 할 일만도 아니겠지요. 영국인 남성들이 저자의 정치적 견해와 유머에 가장 공감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인 남성들은 부제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탐방기’ 대로 미친 듯이 웃을지 모르겠지만 빈정거림이나 인물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것은 지나치다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제목과 부제에도 주관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전체 내용에서 평소 접하지 못했던 북유럽의 역사와 정치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피상적이지 않게 파티 자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음주 스타일, 정치, 세금, 루터교의 영향과 이민문제에까지 파악하게 해준 점은 좋은 정보가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그 나라의 사회문제에 접근해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인터뷰한 노력도 보였습니다. 탐방기를 표방하였듯이 정보는 많으나 다른 시각을 가진 책도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북유럽에 첫 발을 뗀 책입니다.
아래 책은 제가 일부만 읽었는데 번역도 좋았고 흥미진진합니다.
『북유럽세계사』 1, 2 마이클 파이 지음 /김지선 옮김 소와당
핀란드 대성당은 잘 못 번역했습니다. Lutheran Cathedral은 1852년 건축가 칼 엥겔 Carl Engel이 설계한 루터파 교회 총본산이고 루터의 동상이 있으니 성당은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