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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신앙인 무속에서 굿을 주재하는 무당이 부르는 노래들을 일컬어 무가(巫歌)라고 하는데, 그 가운데 무당이 모시는 신을 불러오기 위해 그 신의 내력을 노래로 풀어내는 것을 ‘본풀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무가의 본풀이들은 대체로 신으로 좌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사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서사무가’라고 칭하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서사무가들은 무당의 입을 통해 전승되었던 구비문학의 영역에 속했고, 20세기 들어 누군가에게 채록되어 기록으로 남겨져 오늘날 우리들이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오랜 동안의 구비 전승을 거치면서, 적지 않은 변개를 거쳤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구비문학의 특징은 문자를 잘 알지 못했던 민중들이 향유했다는 것과 전승 과정의 변개 가능성으로 인해 ‘원본’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일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누가 불렀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바리데기>도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는 ‘오구굿’에서 행해지는 본풀이이며, 한반도 전역에 걸쳐 다양한 이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나 부모에게 곧바로 버림을 받지만, 병든 아버지를 위해 끝내 저승에서 약수를 구해온다는 대강의 줄거리는 이본들마다 일치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나라를 이어받기보다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신으로 좌정한다는 결말 역시 대동소이하다.
이 책은 전래해 오던 이본들 가운데 경북 영일에서 채록된 김석출이 구연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이들 무가는 기본적으로 구비전승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뜻을 확인할 수 없는 표현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바리데기>는 폭넓게 향유되었기 때문에 그 줄거리를 이해하는데는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즉 텍스트의 해석은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만, 그 콘텍스트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그동안 구비전승되던 텍스트들에 나오는 구체적인 구절들을 명확하게 해석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하겠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그 이름조차 버려졌다는 의미인 ‘바리데기’로 지어졌다. 예컨대 ‘부엌데기’처럼, ‘~데기’라는 호칭 역시 하는 일에 따라 상대를 낮춰 불렀던 표현이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돌봄으로 성장한 바리데기는 성장하여 부모를 찾고, 나아가 병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저승에서 마침내 약수를 구해온다. 그리고 죽어 실려 나가는 상여를 세우고, 약수를 통해 아버지의 목숨을 살리게 된다. 이후 바리데기는 이승과 저승을 관장하는 신으로 좌정하고, 사람들의 기름을 받는 존재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바리데기 이야기’의 내용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김석출이 구연한 내용을 모두 15개의 단락으로 나눠 원문과 함께 주석을 붙이고, 각각의 단락 말미에 역주자의 해설이 첨부되어 있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구연에 사용된 어휘들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아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해하고 등장인물들의 명칭과 성격을 파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은 일반 독자라면, 역주자의 주석과 해설이 첨부된 또 다른 텍스트를 읽어 볼 것을 권장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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