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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최근에는 주로 차를 탈 때에만 라디오를 듣게 되는 것 같다. 집이나 연구실에 있을 때에는 라디오를 켜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고, 때로는 라디오를 켜놓았다고 해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평소에는 책을 보거나 컴퓨터로 인터넷을 검색하지만, 차를 타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출장을 떠나면서 기차를 이용할 경우, 역시 책을 보거나 부족했던 잠을 청하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2G폰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동 중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디지털로 이뤄진 편리함이 어쩌면 나의 편안함을 빼앗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기에, 스마트폰으로 바꾸라는 통신사의 집요한 전화를 지금가지는 간단하게 거절해 왔다.
이러한 모습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아마도 2G 서비스가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도 단순한데, 시간을 스마트폰에 빼앗기지 않고 내 의도대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없다 보니, 최근에는 주로 책을 보면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은 연구실에 있는 동안에 이용하거나, 퇴근한 이후에는 태블릿으로 잠시 검색을 하는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라디오에서 들리는 사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재미와 함께 시청자들의 진솔한 사연들을 듣다 보면 공감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느껴진다.
이 책은 방송작가인 저자가 시청자들의 사연들을 모아 각색하여 엮은 책이라고 한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애일기, 만약에 우리’라는 코너를 진행했던 저자가, 주로 시청자들의 연애에 관한 사연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길든 짧든 책에 수록된 내용들은 매우 다양한 사연들을 품고 있었다. ‘잠든 연애세포를 깨울 우리 사랑의 기록’이라는 부제도 역시 그러한 사연들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방송에서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수록된 내용들은 방송에 소개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섞여있을 것이라 이해된다.
전체 4개의 항목으로 구분된 목차에서, 첫 번째는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모두 9개의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제목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과정을 소개한 사연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다음으로 너라서 행복하고 너라서 아픈’이라는 두 번째 항목은, 모두 9개로 이뤄진 사랑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소개되고 있다. 책에 수록된 내용들을 읽으면서, 이미 아득한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문득 나의 연애 생활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각 항목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의 짧막한 감상이 ‘diary’라는 소제목으로 서술되어 있다.
세 번째 항목은 ‘그럼에도 낭만을 꿈꾸는 현실의 연애’라는 제목으로, 모두 8개의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연애 과정이 항상 낭만적일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사랑을 하면서 낭만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그러한 모습에 감동을 받는 상대방의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사랑과 이별의 미묘한 거리’라는 제목으로, 불기피하게 이별을 맞았던 연인들의 이야기를 8개의 사연으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통용되듯이, 누군가의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이별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별도 사랑과 연결된 하나의 현상이라고 한다면, 가슴 아프지만 그러한 현실에 처한 이들의 사연이 주는 공감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각자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모습으로 사랑을 틔워가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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