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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의 원제는 ‘언어에 관한 소소한 책(A little book of language)’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언어는 상대방과의 소통을 위한 수단이며, 그것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추론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다.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언어는 지금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관점이다. 생각해 보면 30여년 전에 활발하게 사용되던 표현들이 어느새 잘 사용하지 않는 묵은 단어가 되고, 새로운 사회 환경에 맞춘 단어들이 새롭게 출현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국립국어원에서는 새로운 단어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공식 표현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저자는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 접목시켜서 설명하고 있어, 단지 이론적 설명에 그치고 있는 기존의 개론서들과는 차별점이 있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대학의 국문과에서 처음 ‘언어학 개론’을 배울 때, 그 원리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그저 이론적 지식을 외우는 것을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어학’에 흥미를 잃고, 보다 흥미로운 문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기에, 언어의 원리아 그 과정에 대해 이해하기 쉽다는 점ㄴ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을 전혀 모르는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와 문자의 발전 과정을 추론하는 내용이 나에게 우선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과거 아이를 키면서 말을 가르치던 까마득한 시절의 기억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전체 40개의 항목으로 구분하여, 언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알기 쉬운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하고 의사 소통을 하는 과정을 들어 언어가 어떻게 처음 생겨났는지를 추론하고, 그것이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일종의 규칙(문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른바 ‘옹알이’라고 하는 ‘베이비 토크’로부터 시작하여 ‘울음소리에서 말로’ 표현하는 것을 익히는 과정, 그리고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이해 방법 학습’ 등을 저자 자신의 아이 키울 때의 경험을 사례로 들어 서술하고 있다. 점차로 뚜렷해지는 ‘발음하기’와 언어의 규칙이랄 수 있는 ‘문법의 발견’ 등의 항목이 주로 아이를 키우면서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 해당한다.
이어지는 ‘대화하기’와 ‘읽고 쓰기 학습’은 언어에 대한 지각 능력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이뤄지는 본격적으로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여겨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받아쓰기를 실시하는데, 이처럼 ‘철자와의 씨름’을 통해 ‘철자법과 그 변이형’을 익히는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문법 규칙과 그 변이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주로 영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을 한글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을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만큼 언어에 관한 보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언어 그 자체에 대한 설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와 함께 기록의 수단이 되는 문자가 사용되고, 언어 공동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방언이 존재한다는 것은 ‘악센트와 방언’의 항목을 통해서 설명한다. 여기까지의 대략 12번째 항목까지는 언어의 출발과 사회적 의미 등을 짚어나가면서 언어의 일반적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지적했듯이,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발음하기와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문법의 필요성 그리고 문자로 기록하기 위해 철자법과 방언의 존재 등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 주로 영어를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언어학 일반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으로 확장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은 언어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항목들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드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주로 영어의 예문을 통해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언어적 상황을 조망하면서 ‘이중 언어 사용’과 ‘전 세계 언어’의 양상을 간략하게 개관하고 ‘말의 기원’에 대해 추론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그림으로부터 시작되어 간략한 부호로 표현하던 것에서 ‘글쓰기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사람들 사이의 소통 수단으로서의 언어의 역할에 대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 언어가 실제 활용되는 다양한 측면을 짚어나가면서, 예컨대 직업어와 속어 그리고 SNS에서 사용되는 인터넷 언어 등 언어에 관한 포괄적인 항목을 설정하여 서술하고 있다. 사전이 왜 필요한지, 어원과 인명 그리고 지명 등이 지닌 의미에 대해서도 쉬운 예를 들어 고찰하고 있다.
이처럼 언어의 실제적인 의미와 활용을 정리한 내용에 이어, 마지막 부분에서는 언어의 사회적 기능과 활용 그리고 언어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서술을 제시하면서 마무리되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저자는 불가피하게 영어를 중심으로 언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독자들은 그 내용을 자신의 언어와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번역자는 이 책에 <언어의 역사>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책의 내용으로 보아 ‘언어학의 이해’ 정도의 제목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어학’은 지식 위주의 딱딱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편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며, 언어학과 관련된 강의에서 참고도서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알차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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