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말이 있다. ‘금쪽이’도 그중 하나.
‘쪽’이란 말은 쪼개진 물건의 일부분, 또는 작은 조각을 뜻한다. ‘대쪽’, ‘반쪽’, ‘쪽잠’, ‘쪽파’, ‘콩 한쪽’ 같은 예에 섞여 쓰인다. 주로 ‘금쪽같은’, ‘금쪽같이’라는 형태로 쓰이는 ‘금쪽’은 작은 조각의 금이다. ‘금쪽같은 자식’뿐만 아니라, ‘금쪽같은 시간, 금쪽같은 기회’에서처럼 금 자체보다는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용도로 자주 쓰인다. ‘금쪽’에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이’를 붙여 만든 ‘금쪽이’는 당연히 ‘귀한 자식’을 뜻해야만 한다! 기왕 귀한 걸 뜻할 바에야 화끈하게 ‘금덩이’나 ‘골드바’라고 했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의 뉘앙스로 쓰이니 어찌 된 일인가. 물론 한 낱말이 상황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쓰이는 경우는 흔하다. 예전에 ‘기막히다’가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뜻을 가질 수도 있고(‘맛이 기막히다’), 부정적인 뜻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한 적이 있다(‘기막힌 일을 연거푸 당하다니’). 하지만 ‘금쪽이’는 그런 상황보다는 그 말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반대의 뜻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자기 자식에게 ‘금쪽이’란 말을 쓰면 여전히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지만, 남의 자식에게 쓰면 골칫덩어리, 문제아, 말썽꾸러기, 철부지, 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이상행동을 하는 어린이를 반어적으로 뜻한다. 유명 육아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으로 보이지만, 이젠 일반화되어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배움이 있어야 할 자리에 폭력이, 갑질이, 사법이 대신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한, 부정적인 의미의 ‘금쪽이’는 사라지지도, 고쳐지지도 않을 것이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20230728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