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젠의 동생 블라도의 장례를 마치고 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그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했다.
임종도 가족이 있는 곳이 아닌 서늘한 병원에서 혼자 맞이해야 했다.
통증을 느낀 후
입원하고 2주만에 가족을 떠난 것이다.
삶이란게 이렇게 간단하고 허무할 줄이야
그가 병원에서 두 번의 수술을 했다고 한다.
췌장에 암이 발견되어 첫 절제수술을 하고
그 다음에 피가 다시 터져 나와
두번 수술을 한 후 주님 품으로 갔다.
첫 수술 후 드라젠이 병원에 갔을 때
서로 농담도 주고 받고 인사도 하고
밥도 먹었다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쉽게 떠날 줄
누가 알았을까?
블라도의 죽음이 내게 낮설게 여겨지지 않는게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건강할 때는 죽음을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내 몸이 아프고 건강을 잃고 보니
늘 죽음의 어둠을 느끼게 된다.
지난 날 나는 크론병 환자였지만
일반인 못지 않게 일상을 살았다.
내 나이 35세에 크론병이 발병했으니
참 젊어서 지병이 생긴 것이다.
그 후 15년 동안 나는 크론병을 자각하지 않고
아니, 크게 크론병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견디고 이겨내고 회복하길 반복하며
나이 50세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내게 다가온 크론의 재발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고
정말 일상생활에 부대낌을 느끼게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감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한창 일하고 가장 수고해야 할
나의 청년시기 30~40대를
무리없이 감당하고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나는 크로아티아 사역을 감사하게 감당하고 세웠고
사랑하는 우리 세 아이들을 키웠다.
간혹 만약 내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내 청년 30~40대를
보내야 했다면 아마 그것은 모든 가족과 나에게 슬픔이었을 것이다.
병든 아빠를 지키고 돌봐야 하는 가족들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 사랑의 하나님은
내게 청년의 시기에 내게 활력과 힘과 건강을 주셔서
내가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리고 가꾸고 활동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그리고 이제 내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어
다시금 이 병을 허락하신 이유는
이제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나를 빚으시기 원하시는
그의 은혜인줄 믿는다.
과거 철부지 같은 좌충우돌의 믿음의 사람이 아닌
이젠 성숙하고 성장하여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자질로 재목으로 만드시려고
나에게 두번째 병마를 허락하셨음을 믿는다.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세고 강하다.
그래서 두렵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더 묵상하면 감사하다.
왜냐면 그 병마로 인해서 내가 정결하게 되고
하나님을 더욱 찾게 되고, 알게되고, 깊이 교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께서 나를 언제 부르실 줄 모르나
이젠 그 준비를 하라고 하신 것 같이 여겨진다.
인생의 후반전에는 밖이 아닌 내 안을 가꾸고 다듬어서
온전히 천국에 입성할 수 있는 자가 되라고
내게 이런 훈련과 인내의 시간을 주시나 보다.
죽음은 두렵다. 하지만 죽음 이후에 삶은 놀랍고 경이로울 것이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슬픔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도하기는 아픔과 고통, 슬픔이 없는(될 수 있으면 적은)
죽음을 맞이하길 소망하고 기도한다.
짧은 시간의 고통 후 임종을 맞이하기 원하고
이 땅의 남은 자들이 크게 당황하지 않고 평안한 이별을 할 수 있길 소망한다.
젊을 때는 내 몸이 내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내 몸이 내 것이 전혀 아닌 것을..
내 몸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그분의 생명이 육체에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 하루가 소중하게 여겨지고 세월을 아끼고 싶다.
기도하고 원하기는
정미가 원하는대로 오래 살면 좋겠다.
오래라는 의미는 아이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하고
그들이 정착하여 믿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대대를 축복하며 주님 품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나의 기도와 소원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뤄지길 원하고,
비록 그 분의 뜻과 다를 지라도
언제든지 감사함으로 찬양하며 천국에 입성하고 싶다.
그곳에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을테니...
하나님
내게 생명 주심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