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無爲自然)(탁이)
노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위자연"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무위자연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먼저 설명했어야 할 것임에도 오히려 이제야 이 말을 설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말의 참뜻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그 동안 이 말의 의미가 잘못 이해되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무위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노자가 얘기하는 무위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꾸미거나 속이거나 순리에 맞지 않게 억지로 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아야 한다. 노자는 도덕경의 첫머리인 제2장에서 爲라는 한자의 의미를 僞(거짓)의 의미로 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천하가 다 아름답다고 알고 있는 것이 爲美(위미:꾸며진 아름다움)이라면 이것은 惡(오:추함)이며(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천하개지미지위미 사오이) 천하가 다 선하다고 알고 있는 것이 爲善(꾸며진 선)이라면 이는 不善이다(天下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천하개지선지위선 사불선이)” 라고 하면서 爲의 의미를 僞로 쓰고 있다는 것을 미리 예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도덕경에는 無爲라는 단어가 무수히 등장한다. 聖人處無爲之事(성인처무위지사:성인은 일에 처함에 있어 무위로써 한다 : 제2장), 爲無爲則無不治(위무위즉무불치:무위로써 하면 다스리지 못할 것이 없다 : 제3장), 道常無爲而無不爲(도상무위이무불위:도는 항상 무위하므로 오히려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 제37장), 無爲之益 天下希及之(무위지익 천하희급지:무위의 이로움은 천하에서 이에 미칠 만한 것이 드물다 : 제43장),聖人無爲故無敗(성인무위고무패:성인은 무위하므로 실패하지 않는다 : 제64장)
이 외에도 노자가 도덕경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다른 많은 것들-다투지 마라(不爭:부쟁),억지로 하지 마라(無事:무사), 나서지 마라(後其身:후기신), 공을 챙기려 하지 마라(功遂身退:공수신퇴), 말을 적게 하라(希言:희언), 자신을 낮추어라(爲之下:위지하), 치우치지 마라(張弓:장궁) - 이러한 말씀도 큰 틀에서 보면 무위라는 단어로 포섭된다.
이러한 무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따라서 무위와 자연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단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노자는 자연 중에서도 물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자연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제대로, 무리없이, 순리대로, 균형있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자연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