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학교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정병오)
2023년 7월 27일 정병오(기윤실 공동대표, 오디세이학교 교사)
지난 7월 18일, 초등학교 2년 차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이후 교직 사회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겨있다. 사건 직후 주말에는 비가 쏟아지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인 5천 명 이상의 교사들이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후에도 서이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서울시교육청 합동분향소에는 교사 추모객이 끊이지 않고 있고, 지역별로도 추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교원 단체의 주관이 아닌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모임이 이렇게 이어지는 것은 이 교사를 죽음으로 이끈 상황이 대부분의 교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교직 사회는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와 있었고, 이 교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공교육 현장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고,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는 ‘교실 붕괴’ 담론이 나온 지도 30년가량 된다. 하지만, 최근 10년의 학교의 상황은 많은 교사들이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교실이 많아질 정도로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 우리 학교 현장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째,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도입이 있었다. 이 법은 가족 구성원 및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아동학대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아동학대 범죄가 발생한 경우 긴급 조치 및 보호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가 담긴 꼭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이 법이 학교로 들어오는 순간,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지도마저 아동학대로 신고가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단 신고가 들어가면 교사는 직위 해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야 하므로 교사들에게는 이 문제는 일상적인 공포가 되어버렸다. 교사가 이런 신고와 수사를 몇 번 받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학생 지도에 위축되게 되고 예의와 질서를 무시하고 무법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더 활개를 쳐 교실이 무너지는 상황이 생겨나는 것이다.
둘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도입이다. 이 법은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폭력들이 범죄임을 일깨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전에 교사의 훈계 차원에서 교육적으로 풀었던 사소한 갈등까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폭대위)에서 법적 판단을 받다 보니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가해 학생의 처벌 기록이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다 보니, 가해 학생이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학교나 교사의 절차적 미비점을 찾아내 학교를 마비시키는 일도 잦아졌다. 학생 상호 간 다툼의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잘못을 전가하기 위해 학부모는 물론이고 변호사까지 동원하여 법적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이에 학교는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교사들은 탈진하고 있다.
셋째, 학부모의 악성 민원 급증이다. 이는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현상과 진상 고객, 감정 노동자에 대한 폭언 등의 현상과 관계가 깊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학교에서도 일상적인 교사-학부모 관계를 넘어서는 학부모의 갑질, 진상 행위, 폭언, 폭행 등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학교는 이러한 민원을 감당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보니, 교사 개인이 이를 다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이런 문제 학부모는 소수다. 하지만 이 소수의 악성 민원에 의해 교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트라우마를 경험하다 보니,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넷째, 과잉행동장애, 분노조절장애를 포함한 정서발달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급증했다. 문제는 TV 육아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그러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학교에 늘어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이러한 아동을 지도할 어떠한 대책이나 지원책을 제공하지 않고, 이 일을 감당하는 것은 오롯이 교사의 몫으로 넘겨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아동들의 문제가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문제와 맞물릴 때, 그 어려움은 훨씬 더 증폭하게 된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고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분노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거나 몇 가지 증상 완화의 대처만 해서는 안 된다. 교사들이 도무지 견딜 수 없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은 학교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피해는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사회는 당장 법적 제도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부터 풀어가면서 중장기적인 문제 해결 고민을 함께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당장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가운데 그 법률 제정 취지와 달리 학교 교육과의 충돌을 일으키는 부분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도, 학생 상호 간 소소한 갈등이나 상호 충돌의 문제는 법의 영역이 아닌 교육의 영역으로 풀 수 있도록 하고, 이와 관련된 분쟁을 학교가 떠맡지 않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민원 창구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학교에 대한 모든 민원은 학교 관리자 차원 혹은 지역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일원화해서 받고, 그 단위에서 교사와 연결해야 할 사항과 학교 혹은 교육청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을 구분해서 처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는 정기적으로 학부모 상담 주간을 정해서 학부모와 교육적인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과잉행동장애,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 정서발달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책이 범정부 차원에서 나와야 한다.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는 가정에만 맡겨둘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동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보조 인력의 지원과 치료와 상담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동을 제대로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에 대한 교육과 지원책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