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복이 알려주는 특별한 하루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 쳇바퀴 속을 돌고 있었군’
써니힐의 <베짱이 찬가> 가사 중 일부이다. 내가 쓴 가사이지만, 나는 정작 쳇바퀴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유형의 인간임을 고백한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인생’이라는 말은 주로 비관적으로 쓰인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에 있어서 ‘패턴’이 만들어지는 순간 설렘과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연애도, 음악도 다음을 예측할 수 있을때 지루해진다. 또한, 패턴이 남발되는, 클리셰 범벅인 드라마는 사랑받지 못한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태도는 의외로 이런 관용구들이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쳇바퀴’라는 표현이 인생을 비관하는 용도로 쓰이면서부터 ‘반복되는 일상’이란 것은 멋도 맛도 없는 시간의 배열이라고 생각하게 됐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쳇바퀴 같은 삶은 정말 불행한 걸까?
인간은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동시에, 그 안정이 오면 회의감을 느낀다. 나는 내심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스케줄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내가 어딘가 잘못된 것만 같아서 이런 말을 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 다채로워 보일 수 있지만, 내 일상은 요일별로 정확히 정해진 루틴으로 반복된 지 오래다. 물론 육체적인 피로도 때문에 이 쳇바퀴가 문득문득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건 언젠가 깨달은 이 생각이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예측 불허의 내일들이 펼쳐져 있는 시간은 막상 그곳에 있을 때는 주로 암담하다. 아마도 이건 내가 모험가 유형이 아닌 성향 탓도 있겠지만, 불안의 가장 보편적인 원인은 알수 없는 내일 때문 아니겠는가. 그러니 내가 별난 건 아닐 것 같다. 단지 ’쳇바퀴‘라는 단어가 가진 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김이나 작가
첫댓글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다름은 늘 존재하는 듯요~
안정속의 약간의 변화가
좋더라구요.
그냥 지금 열심히 살랍니다^^
요일별로 정확히 정해진 그러나 그 틈사이에 선물같은 반짝 이벤트들, 평범한 쳇바퀴 인생일지라도 즐겁고 충분히 감사하다.
변화보단 오히려 별일없이 하루를 지내는 것만도 감사,행복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