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보다 '중국' 때리기 우선으로 선회한 듯 北전향적 태도 없는한 북중 디커플링 집중 관측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돌연 취소됐지만, 판은 깨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방북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에도 1차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가 북한이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자 다시 이를 번복한 사례가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 첫 북미정상회담을 19일 앞두고 전격 회담 취소를 발표하며 판을 흔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펜스 부통령 저격 발언' 등을 문제 삼아 "대화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곧바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만나면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지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라는 입장을 발표하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양상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나온 지 하루가 지난 26일 오후 현재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대화 막뒤에서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을 내고 "미국이 저들의 부당하고 강도적인 '선 비핵화' 기도가 실패하는 경우에 대비해 북침전쟁을 도발하고 천벌 맞을 짓까지 감행할 범죄적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활동 지속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맞불 차원으로 보이는데, 개인 명의 논평에 불과해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통보 '7시간여만에' 유화적 태도의 담화를 내놓았던 것과 비교된다.
그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강한 신뢰를 표명하며 미국 강경파들의 회의론을 방어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비핵화 진전 상황에 대한 불만족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미국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미중간 무역전쟁과 연계한 것은 북한이 복잡한 셈을 거듭하며 추진해 온 '협상의 타임라인'을 무너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만큼 북한은 우선 물밑 대미 접촉을 통해 이번 방북 취소가 지난 6월 정상회담 때처럼 '즉각 조정'이 가능한 부분인지를 확인한 뒤 대응 수위와 전략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미국이 지난 5월 때 처럼 쉽사리 '번복 카드'를 쓰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윗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해결된 뒤 가까운 미래에 북한으로 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해결 이후에나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역시 미국의 이번 결정이 조기에 뒤집을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동안 한미에 대립각을 세우며 거리를 두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즉 판이 깨지느냐 마느냐 문제였기 때문에 즉각 대응에 나서 판을 살려냈지만, 사실상 이번에는 판이 깨지는 국면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문에 비핵화가 안풀리니 무역분쟁에서 중국을 확실히 압박하고 북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통해 미국 주도의 판을 다시 짜겠단 의도로 보인다"며 "북한의 대응 수위가 '신뢰 구축이 먼저'라는 기존 수준에 그친다면 당분간은 북한보다 중국 때리기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baebae@news1.kr
"폼페이오 방북 연기, 文대통령에게 어려운 숙제 안겨" NYT
트럼프 주변 상황 좋지 않아..시간 흐를수록 불리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가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방북에 대한 미국의 변심은 문 대통령에게 어려운 숙제를 안겼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의 방북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가 진전을 이루고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갑작스런 연기로 희망이 하루 만에 깨졌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기조에도 불구하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설되고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미국과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 어떤 합의를 이뤄내도 한국 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고 남북정상회담을 연기하는 것 또한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높은 청년 실업률, 경기 침체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변덕스런'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 기조가 전면 수정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문제에 좀더 (미국에) 협조적으로 임하라고 설득할 수도 있고, 비핵화 문제 진전 여부와 관계없이 남북 간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후자를 선택한다면 한미 관계에는 나쁜 징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