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천상(天上)의 악기(樂器).표범
눈 내린 광장(廣場)을
한 마리의 표범의 발자욱이 가로질렀다.
너는 그렇게 나로부터 출발(出發)해 갔다.
만월(滿月)이 된 활처럼 팽창(膨脹)한 욕망(慾望).
너는 희한한 살기(殺氣)를 뿌리면서
내달았다. 검은 한 점(點)이었다.
나의 모든 꿈의 투기(投企)인 너.
그후
나는 몇 번인가 너를 보았다.
귀마저, 너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창(窓)이 무너져 내리는 전쟁(戰爭)의 거리에서도
그때마다 돌맹이가 꽃을 낳았을 것이다.
모래밭은
꽃밭을 낳았을 것이다.
죽음을 역습(逆襲)하였을 것이다.
눈부신 연애(戀愛)가
햇살처럼 지구(地球)를 지배(支配)하는
시간(時間)을 위하여서 너의 천상(天上)의 악기(樂器)가
불붙는 암흑(暗黑)속에서
-죽음을.
나는 알고 있다
(하늘에 핀 꽃) 그러한 것이
모든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서
태어날 것인가. 허나
아 젊은 표범처럼
불붙는 암흑(暗黑) 속으로 언제나
언제까지나 내닫는 너를.
마지막 누구도
七月도 八月도 온다는데
오늘도 地球에선 여러 사람들이
마른 나무잎처럼 떨어져 버린다고,
- 우리들의 마지막에, 누구도
證明(증명)할 수 없는 回想(회상)이 될 것인가.
한 사람의 動物學者(동물학자)가 말할 때.
1931년 오스트리아, 비엔나市의 하늘엔,
날개를 접고 떨어지는 수많은 제비의 떼가 어리러웠다.
害(해)로운 氣流(기류)가 南쪽으로 옮아가는제비들의 希望(희망)을
찬 바람의 壁(벽)으로 때려 부스는 것이었다.
날개를 접고 비엔나市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팔만 구백이 넘는 제비.
허나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네 臺(대)의 自動車(자동차), 한 臺의 飛行機(비행기),
또 列車(열차)가 흰 눈이 뒤덮은 알프스山脈(산맥)을 넘어
따뜻한 伊太利(이태리) 포근한 베니스의 하늘까지
제비들의 퍼덕이는 날개가 되었던 것이다-
고 말을 할 때.
아직도 글성이는 눈물이 우리들의 눈동자에 太陽을 뛰쳐들게 하는
이 事實(사실)이. 마지막엔 누구도 證明(증명)할 수 없는 回想이 될 것인가.
나의 사랑이 겨울날 밤의 郊外(교외)에 나무를 세워서
그 검은 꿈과 希望의 두 팔을 뻗쳐서 비이기 만한 하늘을 받치게 하였던
事實도, - 우리들의 마지막에 내가 證明할 수 없는 回想이 될 것인가.
沙漠(사막)에 사보텐이 살고 사보텐꽃이 핀다는 얘기는 아무 것도 아닌 말인가.
지푸러기가 혹시 피를 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인가.
平和
-「 죠르즈. 피르」신부에게 -
사랑하는 女子와 男子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을 위하여서 다하는 목숨엔
아무런 後悔(후회)도 悔恨(회한)도 없는 것이라고
노래한 時人 「벨하아렌」의 나라,
당신은 「베르기」의 사람.
당신의 태어난 「디낭」은
불란서말로 生活하는 「므즈」江畔(강반)의
都市라는데-. 어쩌면 世界에서 가장
아름다운 時人 「벨하아랜」도
불란서말로 노래를 하였던 것인가.
<.....平和여>
구라파의 心臟(심장)이라는 모임의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사람들과
지내는 당신에게
世界의 心臟은
讚歌(찬가)를 드렸다.
마침 그 때 당신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神을 虐殺(학살)하는 者들의 땅으로부터
自由와 사랑을 찾아 죽음을 넘어서
온 어린아이들과 함께,
따뜻한 神의 손길을.
<오 平和여....>
오 平和여 !
人類(인류)의 良識(양식)이 보내드린
꽃다발에 묻혀서도
二十世帶의
이름없는 避難民(피난민)들이,
살림을 이룰
조그만 部落(부락)을
세울 일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
당신의 목소리는 샘이었다.
<오 평화여 샘이여!>
<사랑을 위한 되풀이.1959>
강에서
바람 불면
임진강으로 가서
못 건너는 강 건너
북쪽땅 산자락
내 집을 보았습니다
발돋움하고 보았습니다
그러기를 30년
이제는 나이 들어 흐린 눈
바람 불면 임진강으로 가서
못 건너는 강 건너 북쪽땅 산자락
내 집으로 부는 바람의
허연 뒷덜미나 보고 앉았습니다
시퍼렇게 살갗 튼 발뒤꿈치나 보고 앉았습니다.
서정(抒情)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 걸린 바람도 비에 젖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내 팔에 매달린 너.
비는 밤이 오면
그 골목에도 내리고
비에 젖어 부푸는 어둠 속에서
네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薔薇(장미)의 意未(의미)
薔薇(장미)는 나에게도
피었느냐고 당신의
편지가 왔을 때
오월에...... 나는 보았다. 彈痕(탄흔)에
이슬이 아롱지었다.
그리고
빛나는 태양.
흙은 헤치었다.
무수한 자욱 무수한 자욱 무수한
軍靴(군화)자욱을 헤치며 흙은
綠色(녹색)을
새 수목과 꽃과 새들의 녹색을 키우고
그
가장자리엔 구름이 있었다.
구름이......
구름에서
들려온 소리.
나는 들었다.
그것은 푸른 나의 발자국 소리.
그것은
총격이 계속하는
바람에 나부끼는
대만해협이 젖은 나의 발자국 소리.
알제리아의 모래알도 묻은 발자국 소리.
그리고 그것은 수목과
에메랄드처럼
푸른 나의 발자국 소리
......
一九五五年. 그리고
나는 믿었다.
지금 전쟁의 베트남의 불붙는
다릿목에서 뿌려진 인간의 핏방울을
떨치며 일어서는 한 잎
반짝인 풀잎사귀의
녹색을.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나는 알았다.
삼천만의 꽃과 열매와 가지 또 뿌리가
흩어진 一五五 마일의
철조망의 밤과 검은 나의 裸身과
가슴을 서광처럼 물들이며
뜩운 당신의
볼의 이유를. - 기도인가 감겨진 당신의
속눈썹은 떨이리고. 그때
그렇다. 무한한 기적같이 푸른 하늘과
바다를 닮아 둥근 당신의 가슴의
흰 부드러움 속에서 나의 두 손은
녹색의 사랑
녹색의 희망이었다.
五月에
장미는 나에게도
피었느냐고 당신의
편지가 왔을 때
五月에...... 나는 아름다웠다.
전봉건 (시인) 1928 ~1988
평양 숭인 중학 졸업
1928 평남 안주 출생
1950 << 문예 >>지에 시< 원 > 등이 추천되어 등단
예술적 생동감이 넘치는 유니크한 역작들을 계속 발표하여 시단의 주목을 끌었음.
1988 사망
1958 성대학사 < 소월시화첩 >
1958 백자사 < 신풍토 >
1959 춘조사 < 사랑을 위한 되풀이 >
1967 성문가 < 춘향 연가 >
1968 삼애사 < 별하나의 영원을 >
1970 문원사 < 속의 바다 >
1980 문학예술사 < 피리 >
1982 명지사 < 북(北)의 고향 >
1983 고려원 < 새들에게 >
1984 현대문학사 < 돌 >
1985 탐구당 < 전봉건시선 >
1985 혜진서관 < 사랑을 위한 되풀이 >
1986 어문각 < 트럼펫 천사 >
1986 어문각 수필집 < 플루트와 갈매기 >
1987 문학사상사 < 기다리기 >
1987 고려원 수필집 < 뱃길 끊긴 나루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