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4
2. 광화사(김동인)
줄거리
어느 석양녘 인완산록에 산책 나온 여(余-'나')는 자연의 유수(幽邃)한 맛에 젖어 있다가 한 이야기를 꾸며 보기로 했다. 조선 세종 때 한 화공[솔거]이 있었는데, 천하의 추물이라 장가를 두 번이나 갔지만 색시가 도망해 버린다. 그 후 30년 간 화도(畵道)에 정진하며 은둔하다가 자신의 화폭에 담을 이상(理想)의 여인을 찾아 10년 동안 방황한 끝에 인왕산록에서 우연히 소경 미녀를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 눈동자를 제외한 나머지를 완성한 후 소경과 화공은 하룻밤을 함께 지낸다. 이튿날 눈동자를 마저 그리기 위해 용궁 이야기를 하며 아름다운 표정을 떠올리길 바라지만, 이미 애욕(愛慾)의 관계를 거친 처녀에게는 다시는 그런 표정이 떠오르지 않고, 화공(畵工)이 안타깝게 멱을 잡고 흔들자, 원망의 눈을 한 채 소경은 쓰러져 죽는다. 죽어 넘어지는 순간 먹물이 튀어 그림은 완성되나 그 눈은 마지막 죽어 가던 순간의 원망을 담고 있었다. 그 후 화공은 미쳐 돌아다니다 끝내는 소경을 그린 족자를 가슴에 품고 운명한다. 여기까지 이야기 구상을 마친 여는 화공을 조상(弔喪)한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핵심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배경 : 조선 세종 때 한양의 백악
경향 : 유미(탐미)주의적, 예술지상주의적, 낭만주의 경향
시점 : 외부 이야기(1인칭 주인공 시점) : 여(余) - 현재 - 사실. 내부 이야기(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 화공의 이야기 - 과거 - 상상.
구성 : 외부 이야기와 내부 이야기
제재 : 인간 속세와 격리된 자연 환경
주제 : 한 화공의 일생을통해 나타난 현실(세속)과 이상(예술) 세계의 괴리(乖離)에서 오는 비극. 미에 대한 광적인 동경. 현실 세계와 이상적 예술 세계 사이의 거리
등장 인물
솔거 : 추한 모습으로 인해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광적인 화가
소경 처녀 : 순박한 여자였으나, 화공과 애욕을 체험한 후 세속적으로 변함
여(나) : 작중 화자
이해와 감상1
'광화사'는 1935년 <야담> 12월호에 발표된 유미주의적, 탐미주의적 경향의 소설이다.
유미주의는, 예술이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지, 어떤 목적이 그 속에 내포되어서는 안 되고, 윤리적이라든가 정치적 또는 비심미적 기준에 의하여 평가받아서도 안 된다는 이론에서 나온 예술 지상주의의 일파이다. 시인으로는 김영랑이 대표적이다. 김동인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참 자기를 인식하는 일이며, 참 자기란 어떤 도덕이나 윤리적 위선을 불허하는, 자기의 본능에 맡겨 행동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주장이 광화사로, 이 작품은 <광염소나타>와 함께 김동인의 유미주의적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며, 어딘가 광기를 가지고 있어 세상에 적응할 수 없은 인물이라야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낭만주의적 예술가상을 '솔거'라는 화공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예술가로서 세속을 떠난 아름다움을 그리려 했던 그의 정신은, 그것이 깨어지자 파괴적인 분노에 사로잡혀서 살인과 광기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 온다. 이런 낭만주의적 예술가상을 보여 주면서, 예술가의 일대기로서 소설의 뼈대를 삼고 있다는 점에서, '광화사'는 '예술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정상적인 삶의 가치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인물 설정과 특이한 주제를 노골화한 작품이어서 보편적 가치론에 수용되기는 어렵다.
솔거가 소경 처녀와 정을 통한 뒤, 순수성이 없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그녀를 죽이는 장면이 특히 그러하다. 따라서 솔거라는 인물의 격정적이고 충동적인 성격과 비정상적인 가치에 대한 경도, '눈동자'라는 결말의 작위적 장치 등과 더불어, 이 소설은 김동인 특유의 극단적 예술주의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해와 감상2
"광화사"는 미인도를 완성해 가는, 한 추하고 늙은 화공의 작업 과정을 유미주의적 입장에서 그려 나간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극히 비현실적인 소재를 독자에게 그럴 듯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두 가지의 소설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하나는 액자 소설의 기법이고, 하나는 독자가 역사에서 배워 친숙해진 인물에다가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주인공을 만든 일이다.
이 작품은 김동인의 다른 단편 소설인 "광염 소나타"와 함께 작가의 유미주의적 경향이 짙게 나타난 작품으로서, 예술지상주의적 취향이 작중 인물 '솔거'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그(솔거)의 예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지만, 대상을 향한 심미안(審美眼), 밤을 지내고 난 소경 처녀의 눈빛에 일어난 변화, 그에 대한 안타깝고 절망적인 분노는 그런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더구나, 소경 처녀가 죽으면서 엎은 벼루의 먹방울이 튀어 그림의 눈동자를 이루고, 그 눈동자가 죽은 처녀의 원망의 눈으로 나타나며, 결국 화공이 미치게 되는 마지막 부분은 거의 악마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의 희생 위에서 희귀한 예술이 완성된다는, 따라서 예술적 완성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작가의 성향을 반영한다.
"광화사"의 배경에 대하여
이 작품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액자 소설로 액자 속의 '솔거' 이야기와 밖의 '여(余)'의 이야기는 그 시대적배경이 다르지만, 창작 동기에서 때와 장소는 아무래도 좋다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미의 성취라는 주제와 관련된 배경은 인간 속세와 격리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중요한 배경이 된다.
"광화사"의 문체와 표현
작가의 탐미주의적 경향이 반영된 이 작품은 인물이나 사물을 보는 작가의 심미적 안목을 살필 수 있게 한다. 표현상으로 볼 때 객관적인 묘사와 간결한 문체로 명료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인왕산과 화공의 심리 묘사는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대화체를 사용해 호흡이 빠르게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