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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중에서 누군가 아파서 입원을 했을 때, 그 사람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정말 못 견딜 정도로 힘든 일이다. 병상에 누워 고통을 호소할 때 자신이 대신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한 일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을 따질 겨를조차 없기 마련이다. 고통은 항상 주관적인 감정에 의존하고, 자신만의 고통이 가장 크고 심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라 이해된다.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기획 의도는, 아마도 주위의 고통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은 목적이 개재해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책의 앞부분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당사자들에게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저자가 왜 ‘고통’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책 말미에’에 기술된 저자의 말을 통해서 그 의문의 일단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아마도 저자는 인권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했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담자로서 건네는 위로가 상대방의 고통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고통의 기억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목도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오히려 상담자가 지치고 끝내 그만두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고통의 실체와 의미에 대해 천착하였던 것이다.
저자는 ‘끝이 없다는 것.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는 것. 그것이 고통의 끝자락에 단단히 붙어있는 가장 큰 절망이라는 고통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고통이 전이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세 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1부에서는 ‘고통의 지층들’이라는 제목으로, 고통을 겪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제시하고 ‘고통의 곁, 그 황량한 풍경에 대하여’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사례가 책의 후반부에까지 이어져, 다양한 임상 사례처럼 제시되면서 고통의 실체에 대해 조금씩 진전된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고 하겠다. 고통의 가장 큰 특징은 당사자에게는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를 하더라도, 그 의미가 당사자에게 절대로 전달될 수 없다고 한다.
‘고통을 전시하고 소비하는 메커니즘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달린 2부는 ‘고통의 사회학’에 대해서 천착하고 있다. 절대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상황을 오히려 조롱하고, 그것이 마치 당사자의 위선을 폭로하는 것처럼 여기는 현상에 대해서 저자는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고통을 ‘소비하는’ 그릇된 풍조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아마도 사회학자로서 저자가 직접 겪으면서 고민했던 문제들에 대한 진단이라고 이해된다. 저자는 ‘사랑과 우정’을 통하여 그것이 극복될 가능성을 떠올리지만, 이른바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자 하는 ‘관종’들에 의해 그것이 변질되어 나타나는 세태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예컨대 우리는 가족을 잃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는 ‘세월호’ 유족들 주위에서 이른바 ‘폭식투쟁’을 일삼는 몰지각한 현상을 이미 목도한 바 있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마지막 항목은 ‘고통의 윤리학’에 대해 논하면서, ‘고통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곁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그러나 2부까지의 내용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현 세태에 대한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면, 윤리학을 다룬 부분은 당위적이고 때로는 공허하기까지 하다고 생각되었다. 아마도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세태에 대한 해결책이 그만큼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라 이해된다. 고통을 겪는 이가 자신의 경험을 직접 ‘말과 글’로 풀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인터넷을 통하여 그것이 유통되면서 자칫 신상이 노출되고 또 다른 고통이 첨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글쓰기로부터 세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하면서 참고했던 책들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 ‘참고문헌을 대신해서’를 통해 다양한 참고 도서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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