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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고 노력한다. ‘가짜’는 그저 ‘진짜’를 흉내 낸 것에 불과한 ‘짝퉁’일 따름이고, ‘진짜’야말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주변 사람들도 그러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모습과 행동에서 ‘진짜’와 ‘가짜’의 표지를 찾아내려고 한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나’와 다른 것을 모두 ‘가짜’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보편’과 ‘특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래서 보편적인 ‘나’와는 다른 특수한 성향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차별’과 ‘차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한다면 ‘차별’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그 ‘차이’를 의도적으로 구별하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차이’를 보다 세밀하게 구별하다보면 그러한 행위가 곧바로 ‘차별’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차이’를 존재하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차별’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차이와 차별, 진짜와 가짜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저자는 페미니스트로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그것이 지닌 의미와 사회적 편견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직업을 호명하면서 그 앞에 ‘여성(여류) ~’라는 수식어를 덧붙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러한 직업들에서 남성은 ‘보편’이고, ‘여성’은 특수하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뉴스에서 포착되는 한 명의 여성의 행위를 통해 그것이 마치 여성들의 일반적인 행동인 것처럼 비난이 되는 현실을 우리는 쉽게 목도할 수가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행위는 남성 일반이 아닌, 당사자의 일탈로 논의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라는 용어에서는 주인공인 남성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이에 대응하여 사용되고 있는 ‘옴므 파탈(Homme Fatale)’이라는 용어는 잘 생겼으면서도 지적으로 세련된 남성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여성을 비하하는 ‘~녀’라는 용어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되는 ‘~남’이라는 용어는 그에 비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스페인어에서 남자라는 뜻의 ‘마초(macho)’라는 용어는 마치 칭찬처럼 여겨지면서, 그것을 거칠고 야성적인 남성미를 대변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성(sex)’에 대해 남성과 여성을 차별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예로 들 수 있다. 순결의 표지라 할 수 있는 ‘처녀막’과 ‘총각딱지’라는 용어에서, 전자는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그리고 후자는 떼어내야 하는 것처럼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아들의 ‘총각딱지’를 떼어주고자 사창가로 데려간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서, 남녀의 성을 이중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성욕’에 대한 여성의 발언이 마치 특별한 것처럼 기사화되는 현상도 남녀의 성을 달리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간혹 동일한 사안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접하고는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미 남성 우위의 사회제도를 통해서 정착된 현상에 대한 전제 위에서 논리를 펴고 있기 때문에, 남녀평등이라는 문제가 남성들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기존의 사회체제가 잘못되었기에 그것을 전복하여 남녀평등이라는 ‘보편적’인 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두 입장은 논의의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화해할 수 없는 지점에 놓여있고, 이것은 결국 ‘기득권’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종 여성들과 함께 회식 자리를 함께 하다보면, ‘남이 만든 음식은 모두 맛있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농담처럼 내뱉는 진담일 것이다. ‘여성’의 역할을 가정에 묶어 놓고, 이를 당연시하는 사회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가사노동을 여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통상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어렵고 난해한 이론들이 제시되어 쉽게 공감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다양한 사회 현상들과 영화와 드라마 등의 사례를 통해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역시 ‘페미니즘’은 삶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며, ‘진짜’와 ‘가짜’를 구별 짓기보다 삶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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