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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유럽은 1789년의 프랑스혁명과 19세기 초반의 나폴레옹 전쟁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민족국가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대체로 전제군주제에 입각한 절대왕정을 추구하면서, 해외 식민지 개척에 치중한 제국주의적 성향을 보다 강화했던 것이다. 이들은 전세계에 식민지를 개척하는데 전력을 질주했고, 이로 인해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이들의 무력 앞에 맞서다가 끝내 굴복하는 지경에 처하게 되었던 것이다. 군함을 앞세운 영국에 굴복하여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였고, 일본과 조선도 그러한 경로를 그대로 답습했던 것이다. 이 책의 4장까지 서구 열강의 침략에 대응하는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 개항’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는 5장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실상 일본은 이미 나가사키항을 통해 네덜란드와 제한적인 무역을 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의 정복에 적극 나섰던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은 그러한 일본의 상황을 좌시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19세기 후반의 조선이 그렇듯이, 일본 역시 열강의 압박에 맞서 쇄국정책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그러한 와중에 미국을 시발로 하여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 열강과 차례로 화친조약을 맺게 된다. 불평등하게 맺어졌던 조약의 내용들은 일본이 후에 무력을 앞세워 조선과 조역을 체결할 때 그대로 적용되었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는 일본의 개항 과정을 다루면서,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표류했다가 미국의 포경선에 의해 구출되었던 만지로라는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10년만에 귀국한 그를 통해 미국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당시의 일본 정세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19세기 혼란스러웠던 일본의 정국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웹툰 형식으로 다루어지다 보니, 보다 깊이 있는 분석보다 개략적인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나로서는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물론 일본사에 대해 새롭게 알고자 하는 이들로서는 오히려 이러한 방식의 소개가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일본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인 청나라나 조선과는 정치 체제가 다르게 운용되어 왔다. 에도 막부시대에는 사무라이라는 무인들을 중심으로 쇼군이 확보한 무력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였으며, 천황은 그저 형식적인 존재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항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에서 각 지방의 영주들을 막부에 대항했고, 그 과정에서 천형식적으로 천황의 지배체제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러한 복잡한 과정의 역사를 알기 쉽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특히 초보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당시 일본의 파벌들을 도식화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라고 여겨졌다.
이 책에서는 1860년 당대 일본의 실권자였던 이이 나오스케가 자객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장면에서 내용이 마무리되고 있다. 아마도 이후의 일본 상황은 강력한 천황제를 근거로 제국주의화되어 가는 과정이 그려질 듯한데, 이는 일본의 조선 침략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또한 유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매우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어, 개인적으로는 일본 근대 사상사의 뿌리를 보다 상세히 정리하여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중국과 조선과의 관계에 치중하여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일본의 근세사에 대해,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름대로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개인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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