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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서 정교(鄭喬:1856~1925)의 <대한계년사> 번역본을 읽었다. 이 책은 고종이 즉위한 1864년부터 국권이 상실되던 1910년까지 47년간에 걸친 역사서로, 대한제국 시기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저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원본은 전 9권의 필사본(筆寫本)이며, 번역본 역시 원본의 체제에 맞추어 9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10권은 ‘부록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원전의 오류를 고증하여 ‘정오표(正誤表)’로 제시하고, <대한계년사>에 등장하는 외국인의 음차로 기록된 ‘인명 대조표’와 1910년까지의 근대사 연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주지하듯이 이 책이 개인의 저술이라는 성격으로 인해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되는데, 번역본에서도 주석을 통해서 그 오류를 밝혀놓았다. 10권에 수록된 ‘정오표’는 각 권의 오류들을 도표로 만들어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대한제국 시기의 기록에는 외국인들의 인명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데, 대부분 한자로 표기되어 있어서 그 정확한 인물을 파악하기가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번역자들은 ‘외국인 음차(音借) 인명 대조표’를 제시하여, 당시 활동하던 외국인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1860년부터 1910년까지의 ‘한국근대사 연표’를 수록함으로써, 이 책에서 논하는 사건들에 관해 역사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파악된다.
<대한계년사>는 편찬자인 정교가 직접 경험한 사건들에 관해서 서술하였고, 여기에 당대의 국가 기관에서 발행했던 관보와 민간에서 발행되었던 신문 기사 등이 주요 사료로 제시되어 있다. 편자 자신이 독립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특히 독립협회와 관련된 내용들은 비교적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의 서술 방향이 주로 일본을 비롯한 침략 세력들에 대한 항거에 중심으로 두고 기술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황현의 <매천야록>과 더불어 당시의 주체적인 역사의식을 지닌 저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의 역사를 보다 깊이 공보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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