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동아를 앞두고 나름 기대치가 높아져가는 시기였다.
그 이유는 지난 2년8개월동안 아킬레스 부상으로 거의 제대로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물론, 후진양성에 촛점을 맞추다보니, 개인훈련을 못하는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아프지 않고,
대회에 임해보는 2016년 2월말과 3월을 맞이했기때문이다.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하지는 못했지만, 아프지않다는것은 러너에게 가장 축복일 것이다.
서울동마를 앞두고 3월1일 울산마라톤과, 3월6일 섬진강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였기때문에,
어느정도 자신감도 찾았고, 과연 내가 이번 동마에서 229이내의 기록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희망을 품게 되었다.
동마 일주일을 남기고, 보건이랑 78초 페이스로 6000m를 소화하면서, 또하나의 걱정꺼리를 남기게 되었다.
10000m를 모두 밀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그러하지 못했다.
부족한 부분을 월요일부터 반식이요법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하였다.
대회전날인 토요일에 1000m 전력주를 실시하러 나갔다.
이 훈련은 내가 아킬레스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대회전날 늘 해오던 훈련이다.
가장 빨랐던 2분28초부터 가장 늦었던 2분38초까지 달렸던 1000m 전력주를 3년만에 실시해보았다.
첫바퀴에 엄청난 상실감을 얻었고, 다음에 다시 도전했지만, 다시 실패하면서, 이번동마는 어렵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제는 스피드면에서는 모든것을 잃어버렸다. 새로 시작해야하지만, 다시 시작할 용기가 없다.
일요일 광화문에 도착하여, 조깅을 실시하며, 출발을 준비한다.
이번 동마는 이렇게 달리려 하였다.
기존에 분당 피치수를 200~204피치를 유지하면서 달리던 피치위주의 주법에서벗어나, 보폭을 155~157센티미터를
유지하고, 피치수는 197~198로 줄이는 주법을 선택하였다.
즉, 신발에 쿠션을 집어넣어 탄력으로 보폭을 넓게하는 전략이였다.
이게 바로 실패의 요인이 되었다. 물론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은것도 있었지만...
대회를 앞두고 검증되지않은 방법을 적용한 무리수가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말았다.
예전에 이봉주선수가 한국기록 2시간7분20초를 넘어서려고, 보폭을 3센티미터 넓게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실패로 돌아가며, 처음으로 풀코스 완주에 실패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바로 세계선수권대회 25km에서 포기한것이다.
보폭 3센티미터면, 이봉주선수기준으로 약 2분30초를 줄일 수 있고, 당시 세계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파격적인
전략이였다.
이봉주선수의 보폭은 165센티미터이며, 분당 평균피치수가 198피치수 정도이다.
이런조건으로 풀코스를 달리면, 2시간 7분동안 25146발이 나온다.
3센티미터 늘리게되면,24650보 정도가 나온다.즉, 약 740m는 줄일 수 있다는 이론이 된다.[2분30초 단축효과]
여기서 보폭 3센티미터를 선택했지만, 씁쓸하게 처음으로 풀코스 완주에 실패하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나역시도 보폭을 쿠션을 넣어서 파격적으로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했던것이 피치수가 나오지 않았고,
근력이 보폭에의해 생성된 근력이 아닌, 기교에 맞게 생성된 근력이 내가 생각한 미션을 수행하는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과론적으로는 하지 말아야할 행동을 중요한 대회에 적용하는 바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선두에 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선두에서면, 경쟁하게되고, 한발 물너나, 10번째 줄쯤에 서서,
초반을 최대한 아끼며 가려고 했던것인데, 초라한 결과물을 맞이하게 되었다.
보폭을 넓이는대신 피치수가 형편없이 나왔고, 보폭또한 생각처럼 나오지 않았기때문이다.
마라톤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것에다, 한 두가지가 가미되는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지나치게 많은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독이되며, 평소 해오지 않았던 방식으로 도전하는것은 무모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핑계꺼리같지만, 하나더 첨해본다면...
하프를 지나면서, 준비해간 전투식량을 꺼집어 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것을 돌아서서 줍는과정에서 왼쪽 정강이쪽 근육에 뜨끔하게 느낌이전해졌고, 달릴 수가 없었다.
버리고 갔어야하는데, 괜히 떨어진것을 줍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이미 후회하기엔 너무 늦어 버렸다.
리듬이 무너졌고, 도전한 미션도 생각처럼 되지않았기에, 미련없이 대회를 접게 되었다.
하프지점에서 당했던 부상이 아직도 심하게 아프다.
이 부위는 달리는데는 문제가 되는 부위가 아니기때문에,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분나쁘게 아프다.
서울동아는 러너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 농사가 잘 되어야, 가을까지 준비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동아를 실패했기때문에, 나에게 가을 동아는 없다. 안타깝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한다.
마라톤을 잘 하기위해서는 가장먼저 자기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도 제대로 알지못하면서, 어떤일을 도모하는것은 이번대회를 통해서 뼈져리게 통감하는 부분이다.
풀코스 마라톤 150회 이상을 완주하면서도 아직도 나는 마라톤에 대해서는 여전히 초보수준이다.
더 겸손하게 마라톤을 배우고 보완해가는 과정이 필요할 듯 하다.
마스터즈러너분들을 지도하는 싯점에서 그분들의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기위해, 가장 최상의 길을 열어주는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다.
이번 경험이 나에게 의미있는 스승이 될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기보다는, 받아들이며, 수용해가는 러너가 되어야겠다.
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하루를...
저는 위대한 하루를 살아가는 정석근 이였습니다.
첫댓글 크크크
감독님 안타깝지만 어찌합니까
충분히 방학 즐기고 보스턴 다녀오시고 다시금 시작해야지요..
그래도 감독님이 떨군 담방울이 알차게 열매를 맺고 있잖아요 이로서 작은 위안이라도 삼으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운영위원장님이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제가 요즘 슬럼프라서...ㅎㅎ
위원장님이 이번에 훈련 제대로 하시어, 싱글정도는 하셨어야 했는데, 여러가지로 아쉽네요.
환갑에 서브3 하셔야지요.
우리 사관학교에 60대부분 서브3주자가 네분정도는 나올듯 보입니다.
잘하면, 다섯분정도... 열심히 하셔셔, 꼭 영광스런 그날을 만들어 주세요.
@정석근 넵 기대에 부응치 못했지만
감독님만나 329 평생소원이루었는데 그저 열심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한번 정한목표인데 최선을 다해봐야지요
섬세하고 예민한 우리 감독님!
늘 활짝 핀 꽃입니다^^
감독님 말씀중에 "더 겸손하게 마라톤을 배우고 보완해가는 과정이 필요할 듯 하다." 제게 너무나 와 닿네요^^;;
저의 경우 이제 간신히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수준에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주변의 칭찬에 우쭐하여 저도 준비나 페이싱에 여러가지 잘못이 많았습니다. 어제까지 이런저런 복기를 하며 창피하여 혼자서 얼굴을 붉혔습니다.ㅋㅋㅋ
천천히 조금씩 조바심 내지 않고 따라 가겠습니다.^^
감독님~~~~ 홧팅!!!! 무럭 무럭 자라나는 건강한 새싹들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너무 의기소침해 하지마십시요
단연 대하씨와 두기등입니다
다시 시작합시다
방학은즐기고
@방현수 예. 위원장님^^ 이젠 다 털어 버렸습니다. ㅎㅎㅎ
감독님의 글을 읽으니 제 맘도 아픕니다!
저라도 잘 달렸어야 했는데 면목이 없네요! 이제 다 지난 일이니 다시 훌훌 털어버리시고 다시 시작하셔야죠! 저도 다시 열심히 해서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감독님께서도 저희에게 가르치는 것과 반대로 중요한 대회에 무리수를 두시는 군요. ㅎ 하지만 잘 하셨습니다. 실패에 대한 도전 없이 더 큰 성공은 없습니다. 보스톤 바람 쐬시고 재도전 하시는 모습 기대합니다.
ㅋ 저도 떨어진 카보샷 줍는 다고 멈칫 하는 순간 오른쪽 종아리에 경련이 스쳤습니다. 줍지 말걸 하고 후회 막급이었습니다. 후반 내내 종아리 근육이 실룩 실룩 하는데, 신경 쓰여 혼났습니다. 결국은 먹지도 못했지만...
감독님 회이팅!!!!!
피치수와 보폭에 이런 심오한 원리가 숨어있었군요...동마의 아쉬움은 보스톤에서 훌훌 털어버리세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 정말 눈물이 나옵니다 역시 정감독님은 진정한 철학이 있는 마라토너입니다 정감독님에게도 대회를 앞두고 따끔한 조언자가 많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고승도 자기 머리는 못 깍으니까요
경섭님은 돌도사님 같아 무서버요!
정마사를 먼저 맛 보신 경험자로
5기 동지들 잘 이끌어 주세요!!
1,2,3,4기 동문들이 뒤에 있으니
걱정 따윈 개나 조 버리고
열심히 최선을 다 하시면 됩니다!!
멋지십니다. 기본이 있으시니 더 좋은 결과도 있을것 입니다.
감독님의 경험을 바탕 삼아 레이스에서 참고하겠습니다~~~ 아쉬움을 털어버리시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르치면서 선수로 뛴다는것이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수도 없는일인데
감독님은 두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소화시키시니 대단하십니다..
또한가지 배우시고 느끼셨으니
더 완벽하게 성공하시겠죠.
저희들도
동아일주일전에 감독님 지시사항 따라하느라
고생하신 회원님들도 많더라구요,
항상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