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전 오늘. 내가 서있던 자리(2018년기준)
최의상
58년 전 오늘 군복을 검정물 들인 대학생 교복을 입은 나는 서울 종로5가 동대문경찰서 맞은 편 2층집 앞에
서 있었다. 교내 시위를 하다 빠져 나와 걸어서 오다가 군중에 밀려 여기까지 와서 머물게 되었다. 그 날이
1960년4월19일 낮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으로 안다. 종로 차도에는 전차가 다니고 인도로는 시민들이 움직
일수 없게 가득하게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때 스리쿼터 차에 검은 교복을 입은 중.고.대학생들이 가득
타고 <부정선거 규탄한다.> <독재정권은 물러가라> 외치며 동대문을 향해 달려갔다.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잠시 후 광화문 쪽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고 총소리가 나면서 시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그 때 리터
찦차(구호차) 들것에 하얀 브라우스에 붉은 피를 흘리는 여학생은 누웠고 본넷트 위에는 붉은 글씨를 쓴 하얀
띠를 두르고 손에는 큰 망치를 세워 들은 남학생이 구호를 외치며 또 동대문 쪽으로 전 속력으로 달려 갔다.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시민들은 숨을 죽이고 사라지는 리터찦차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광화문에서는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 오르고 있다. 들려 오는 소문에 [서울신문사]가 불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큰 일이 일어난 것이라 생각들 하였는지 두려운 표정들이다. 그 때 불자동차에 대학생들이 타고 싸이
렌을 울리며 달려 오다가 동대문경찰서 앞에 차를 대 놓고 경찰서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의 발포 소리가 요란하
였다. 살수구를 잡고 있던 대학생이 쓰러지는 것 같고 다른 대학생들은 차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내가 서 있던 2층집 타일에 총탄 한 발이 박힌 모양이다.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굉음이 들리자 시민들은 모두
그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잠시 후 불자동차는 경찰이 접수하여 경찰서 내로 들어 갔다.
이때 전차가 동대문을 향하여 달리다가 총소리에 놀란 전차 운전사가 브래이크도 잡지 않고 뛰어 내리고 승차
한 손님들도 뛰어 내렸다. 그 당시 전차는 빠르지 않기 때문에 가는 도중에도 숙달된 학생들은 뛰어 내리기도
하였다. 앞 전차를 따라 뒤에서 전차 한 대가 달려 오다가 느리게 앞에 가는 전차와 충돌하였다. 좀 전에 총소리
에 놀라 숨을 죽이고 전차를 바라보던 시민들은 와~ 하고 박장대소를 하였다. 사람이란 환경에 따라 울고 웃을
수 있는 고등동물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광장이었다.
잠시 후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이때 통의동 시위학생들이 이승만대통령이 있는 경무대(지금 청와대)로
진격하자 발포하여 많은 학생들이 희생되는 순간인 것 같았다. 입소문이 군중을 통하여 빠르게 번져갔다. 대학
생들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또 경찰이 대학생들을 체포한다고 하였다. 대학생 표시는 상하 군복 검정물 들인
옷을 입은 젊은이는 대부분 대학생이라 표시가 완연하여 체포하기가 좋았다.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경찰도
검은 제복에 경찰모를 쓰고 있어 눈에 잘 띈다. 대열에서 빠져 나와 문화동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이것이 내가 겪은 4,19였다. 그 당시 참여의식이 부족하였던 나 자신을 부끄러워 하며 4.19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201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