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혜 작가 <태도의 말들 중에서>
지금까지 인터뷰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꼽는다면,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에게 들은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성격이라는 게 대부분 생존에 이점이 있어서 발달된 것입니다. 40-50년을 한 성격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성격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신중하고 말수가 적은 남편에게 '나를 사랑한다면 적극적으로 표현도 하고,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여 달라'고 하는 건 당신의 유전자를 바꾸라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사람의 성격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방향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존에 가장 적합하게 구성되었습니다."
결혼 4년 차 되던 해에 진행한 인터뷰였다. 나와 남편은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가졌다. 나는 매우 솔직한 편이고 남편은 감정을 숨기는 편이다. 비슷한 점이라면 가치관과 취향 정도인데, 남편은 자신에게 없는 솔직하고 당찬 면이 좋아 내게 호감을 가졌다고 했다. 나는 남편의 배배 꼬여 있지 않은 투명한 성격, 상대의 좋은 점을 먼저 보려고 하는 너그러운 성격이 좋았다. 하지만 삶은 연애가 아니었다. 감정 표현이 뚜렷한 나에 비해 남편은 묵묵부담 세계의 일인자였다. 성격이 급한 나는 껄끄러운 상황을 견디지 못해 결론을 빨리 내고 싶어하는 반면, 남편은 시간의 흐름대로 문제를 풀길 원했다. 종종 의사소통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내게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일종의 서늘한 구원이었다.
누군가와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할 때마다 종종 이 말을 떠올린다. 상대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게 된 성격을 두고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닌지, 상대에게 변화를 요구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곰곰 생각한다.
첫댓글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됨'에 초긍정합니다.
성격이 비슷한 사람끼리 잘 살기보다는 잘 못사는 경우가 많다고도 하더군요. 가치관, 취향은 서로 비슷할수록 잘 사는 이유가 되구요.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그렇게 빚어진 결과로군요, 성격이란 게. 그렇겠다 싶으면서도 왠지 슬픔, 짠함 느낍니다. 물가 돌멩이 같단 생각.
전라도의 '짠하다'는 말씀 수긍합니다
환경으로 슬프기도 하네요
성격 아니 변한다는 말보다는 ,,
수행이 아니된다는 말이 더욱 ㅡ
예전에 성당에서 수년간
MBTI를 하도 여러 번 하다보니...
~^^
에니어그램도 몆 번 해보니. ㅋㅋ
진행자님의. 풀이 ᆞ 해석도
공부로서
의미있게 다가오더군요.
좋은, 나쁜 성격 ?
그 좋은 성품도, 최악의 상황
혹은 다급할 때
어떻게 표출되느냐 입니다,
환경이 좋았다면???
인품 좋은 부모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