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머신을 달립니다. 옆에서 달리고 있는 한 아주머니 속도계를 보았더니 시속 14km입니다. 흘낏 달린 시간을 훔쳐보니 그 속도로 27분을 달렸습니다, ‘남자가’ 하는 못된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10.2km의 속도를 14km까지 올렸습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죽을 맛입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달렸습니다. 땀은 비 오듯 흐르고 시선은 자꾸만 계기판에 가닿고, 옆에서 요동 없이 달리고 있는 아줌마가 자꾸만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줌마는 내가 15분을 그렇게 비몽사몽간에 달리고 나서야 속도를 죽이고 멈췄습니다. 금방 속도를 죽이고 싶었으나 또 못난 자존심이 나를 5분 동안 더 달리게 하고는 다시 속도를 12km로 조정했습니다. 그 속도도 느린 것은 아닌데 평지를 걷는 여행자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아주 가볍게 20분을 더 뛰고 정리동작을 한 후 벨트에서 내려 왔습니다. 온 몸은 삶은 시금치처럼 흐믈거리고 마시는 물도 씁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나도 저 아줌마와 같이 달렸다’고 외치고 있는데 이른 새벽 헬스장에는 방금 자리를 떠난 아줌마와 먼 구석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는 50대 아저씨 뿐 입니다. 난 금방 ‘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런닝머신 위에서의 코메디는 관중도, 연출도, 선수도 혼자 한, 1인 3역이었습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 아줌마는 전주마라톤 대회에서 3위 이상의 입상을 3번이나 한 여인이었답니다. 위로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더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황새 되려다 퍼진 이야기 속에도 배움은 있습니다. 뭐 굳이 찾아보자면 말입니다. ① 나도 계속 연습하면 아줌마처럼 될 수 있다. ②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③ 자기 분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준비와 노력에 따라 바뀐다. ④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인생을 긍정적, 적극적으로 바꾼다. ⑤ 고수(高手)는 수준이 높다. 나도 고수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