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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밥도 제대로 짓지 못했던 갓 결혼한 초보 주부가, 20여년의 결혼 생활을 통하여 음식에 대해 나름의 경지를 지니게 되어 쓴 음식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음식에 대해 솜씨가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오랫동안 음식을 하다보면 누구나 어떤 음식에 대해서는 자기 나름대로의 비법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특별한 미각을 지니고 있거나, 음식에 대한 감각이 특히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러한 비법이 하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식당에서 한번 맛본 음식의 재료는 물론 조리법까지도 알아내고, 그대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자들도 적지 않다.
대중음악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의 음식 이야기는 다소 뜻밖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 저자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음식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스스로 개성 출신의 친가와 전주 출신의 외가, 그리고 결혼을 해서 부산 출신의 시가에 대한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배경에서 초래된 음식에 대한 갈등이 그대로 이 책의 3장 ‘밥상 위 지역 갈등’이라는 내용으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산낙지를 처음 본 순간 ‘혐오스러운 날음식’으로 생각했다든지, 다른 사람들은 꺼리는 ‘개장국’을 평범한 음식으로 치부하는 저자의 관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나도 전라도 군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0년이 넘게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첫 직장으로 자리를 잡은 곳이 강원도 동해였다. 이후 10여년 전에 다시 남도의 순천으로 옮겨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어, 남들에게 항상 한반도의 동‧서‧남해안에서 모두 살아본 경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한 경력을 통해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내 나름대로의 ‘미식’에 대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모든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없지만, 특히 한식을 즐기는 나로서는 ‘천천히 자연과 더불어’에 소개된 음식과 식재료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이밖에도 결혼 이후 시행착오 끝에 정복한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좌충우돌 실패와 성공’, 그리고 ‘어릴 적 먹던 음식들’에 대한 내용들은 오히려 나의 음식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순천은 5일장이 서는 곳이 두 군데나 있어, 가끔 혼자 혹은 아내와 함께 장이 서는 곳을 방문하여 제철 식재료를 구입하곤 한다.
저자 역시 ‘즐거운 시장 구경’이라는 내용을 통해, 재래시장에서 제철 식재료를 구입하여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초보자는 저자가 설명하는 음식 조리법에 대해서 여전히 어렵다고 여기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의 설명을 따라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몇 가지 음식쯤은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이라도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통해 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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