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혜 (시인 박준 인터뷰 후기)
목요일마다 두사람에게서 메일을 받는다. 원고를 받는 업무 메일이지만 나는 편지 한 통을 받는 기분이다. 언제나 안부를 먼저 묻고 자신의 근황을 짧게나마 전하는 메일을 읽다 보면 잠깐 동안 일하는 기분에서 벗어난다. 차가운 모니터 화면이 편지지로 보인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좋은 글은 쏟아지지만 좋은 마음으로 이끄는 글은 흔치 않다. 공격적인 글, 비난하는 글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좋은 글은 무얼까? 박준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읽다가, 이런 글이 좋은 글이구나 싶었다. 시인은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며, "편지는 분노와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썼다.
'편지 같은 글'은 뭘까. 4년 전쯤 박준 시인과 업무상 주고 받았던 메일이 떠올랐다. '아, 정말 시인이구나'싶었던 메일. 나는 그것이 시인의 성격이라고만 짐작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편지 같은 글'이었다. 그리고 어제, 다른 일로 그와 다시 만났는데 며칠 뒤 문자가 왔다. 살뜰한 안부와 정확한 인사가 담긴 문자는 편지 한 통 같았다.
'편지 같은 글'을 생각해 본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쓰는 게 아닌 상대를 배려한 문자. 업무 때문에 메일을 쓰더라도 안부 한 줄 정도는 물을 수 있는 일 아닌가. 문장 뒤에 있는 마음을 짐작해 보려고 애쓴다.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박준 시인의 마음을 닮고 싶다.
첫댓글 그저 책임을 다하려는 업무상의 글보다는 편지같은 글이 따뜻함을 안겨주겠지요. 박준 시인 님의 시도 인간미가 담긴 정겨운 글일 거 같아요. 읽어보고 싶어요.
/좋은 글은 많지만 좋은 마음으로 이끄는 글은 흔치않다./ 마음에 와닿습니다.
편지는 글쓰기와는 다른 편안함이 있어요. 상대방을 품고 쓰기에 훨씬 진솔해지구요.
편지! 관계에 있어 참 좋은 매개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