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2일 새벽,
스물세살의 꽃다운 딸이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는 슬픔을 승화하여 50억원을 기부하여,
딸의 이름으로 도서관을 만든다.
그 이름이 바로 《이진아기념도서관》입니다.
한 사업가가 있었다.
그에겐 두 딸이 있었고,
큰딸의 이름은 현아
둘째 딸의 이름은 진아였다.
두 딸을 너무나 사랑했던 아버지는
회사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현진어패럴로 지었다.
이상철씨는 일에 미쳐 살다 보니
두 딸의 입학식과 졸업식에
단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검소하고 부지런한 그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2003년 5월, 아버지는 미국 뉴욕으로
출장을 갔고,
마침 보스턴에서 어학 연수 중이던
막내 딸과 만나
평생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고 열흘쯤 뒤,
6월 2일 새벽,
미국에서 전화한통을 받았다.
딸 진아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딸의 나이 겨우 스물세 살이었다.
겨우 슬픔을 추스리고 아버지는 꿈조차 펼치지 못하고
떠나 버린 딸을 추모하고자 50억원을 기부하고,
딸의 이름으로 도서관을 짓기로 한다.
도서관 부지는 공원을 제공한 서대문 구를 선택했다.
공원 땅이라면 혹시라도 도시계획으로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 였다.
이상철 씨의 기부는 개인의 비극이 낳은 슬픈 기부였지만
그 액수가 워낙 컸고, 공공도서관을 개인이 사회에 기증한다는 점에서 한국 기부사에 남을 이야기였다.
도서관설계는 현상공모로 했고,
그 중에 4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 한형우 (현 호서대 교수)씨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건축가는 이 훌륭한 장소와 이진아씨의 슬픈 사연을 모두 담아낼 건물을 고민했다.
건물이 들어설 땅의 의미,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늘 생각해야 하는 건축가에게 새 도서관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옆 서대문형무소, 그리고 맞은편의 인왕산이었다.
건축가는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이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인사들이 고통받았던 서대문형무소의 길고 어두운 복도를 도서관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표현하기로 했다.
감시하기 쉽게 한곳에서 모두를 바라볼 수 있게 짓는 형무소의 트인 구조를 빛이 들어오는 환한 공간,
열린 공간으로 바꿔 모두가 시선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전망인 인왕산이 도서관의 일부가 되는 건물을 구상했다.
그래서 내부가 통으로 시원하게 뚫리고, 그 안에서 투명한 유리 계단이 리듬감있게 배치되는 도서관이 탄생한다.
그리고 도서관은 지상에서 살짝 올라가 2층 높이에서 1층이 시작하도록 떠 있는 건물이 된다.
경사로를 따라 출입구로 올라서면 끝에 밝은 빛만 떨어지고, 그 모서리를 돌면 인왕산의 전경이 액자처럼 펼쳐진다.
경사로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그 모습을 인왕산이
내려다 본다.
건축가의 과감한 선택은 생애 처음으로 현상공모 당선을 안겨줬다.
가장 슬픈 건물이 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 되는
역설적인 순간이었다.
개인의 비극 속에서 탄생하게 된 도서관이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즐겁고 의미있는 공간이 되도록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한형우씨는 고인에게 건축가로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창 밖 화단에 둥글레를 심기로 한다. 둥글레는 예쁜 하얀 꽃이 유월에 핀다.
드디어 이진아씨가 하늘에서 맞는 두 번째 생일날인 2005년 9월 15일, 이진아기념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고인이 뉴욕에서 아버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던 얼굴이 도서관 로비에 프린트되어 방문객을 맞았다.
슬픔은 건물이 되었고, 건물은 기쁨이 되었다.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그 속에는 이야기가 담긴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은 누군가가 어떤 행위를 할 때 건축에는 이야기가 담기며,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사람에게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또 다른 행위를 하도록 한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둥글레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세상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건축만큼 아름다운 건축은 없다.
이 글은 구본준기자가 쓴 "마음 품은집"
이란 책의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건축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구본준기자는 이런 귀한 책을 선사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승에서의 삶이 기쁜 소풍이라면
저승으로 가는 삶은 슬픈 여행인 듯 합니다.
누군가의 슬픔이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기도 하는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지만 이 또한 인생이겠지요.
건물 1층 통로 벽에는
“책 좋아했던 딸을 그리며 가슴에 묻는 대신 영원히 살리기로 결심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처럼 특별한 사연을 지닌 도서관은 다행히
공공 도서관의 모범 사례로 꼽힐 만큼 잘 운영되고 있다.
전국 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 도서관으로 선정됐고 국무총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곳에는 공부방처럼 사용하는 자유 열람실이 없다.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니란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자연채광으로 따뜻한 빛이 쏟아지는 도서관에서
치열한 공부가 아니라 삶을 풍성하게 할
책 한 권을 읽는 일.
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슬픔을 이겨내고자 한 가족의 용기와 미처 이루지 못한 한 소녀의 꿈에 보답하는 방법이 아닐까.
가장 싼 값으로 가장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바로 책이다.
조선 정조때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명언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진아 도서관 》개관 스토리를
알게되니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이 글은 린다리 벗님의 펫북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