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물수제비를 뜨다
저문 강가에 나와 홀로 물수제비를 뜬다
강 언덕 저 쪽에서 강물 위로
툭툭 돌멩이를 던지고 있는 여자가 하나 보인다
어디서 본 듯 어렴풋한 그 여자도
세상의 소멸하는 물 위에 비워야 할 무언가가 있는가 보다
한때는 충만한 사랑으로 하얀 스란치마에
발걸음이 경쾌했을 추억의 여자,
톡, 톡, 톡, 톡,
파문을 지며 아슬아슬 생生을 건너가는
아, 뜨거운 얼음처럼 독한 사랑이여
어찌 길 위에서 버려야 할 것이 애증뿐이랴
혹여 전생에 그 여자가 내 지독한 사랑이었다 할지라도
오늘은 낯선 인연으로 흐르는 물가에 나와
마음 한구석을 외로이 던지고 있을 뿐,
어두운 강가 그렁그렁 눈시울 가득 달빛이 젖고
강물 속으로 하얀 치자꽃 꽃무더기
눈부시게 부서져 내리고.
<舊稿에서>
첫댓글 외로운 날이면 강가에 나가 물수제비를 띄워보세요 달빛에 차르르르 생의 한 조각이 미끄러져가지요 강건너 어둠속에서 또 누군가가 내 쪽으로 물수제비를 뜨고 있는 풍경, 그 먹먹함이란.... 달은 하현으로 가고 우수가 가깝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길....
난생 처음으로 겨울강가에 갔었지요. 맑은 물살위로 쏟아지던 햇빛과 바람을 가르며 물수제비 띄우던 한 사람. 아슬아슬하게 생을 건너가는 듯 눈부시던, 둔중한 돌도끼에 가슴이 내려앉을것 같은 선생님의 시가 다시 그 강가로 향하게 하는 발걸음이 됩니다.
햇살 쏟아 지는 강가에서 슈-슈-슈- 슈- 신나는 물수제비 뜨기... 촤-악 흩어지는 꽃물방을이 달빛 젖은 치자꽃으로 변신한 그 눈부심! 선생님 시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오늘은 낯선 인연으로 흐르는 물가에 나와/ 마음 한구석을 외로이 던지고 있을 뿐/ 어두운 강가 그렁그렁 눈시울 가득 달빛이 젖고/ 강물 속으로 하얀 치자꽃 꽃무더기/ 눈부시게 부서져 내리고//.....참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강'인가? 제목도 가물가물 하네요. 그 시의 풍경이 거느렸던 아름답고 슬픈 이미지를 넘네요.
우리 언제 섬진강에나 가서 물수제비 하나 씩 뜨고 와요. 갑자기 얼릉 그러고 싶어집니다.
치자빛 노을이 강물에 어리는 석양 그때쯤이 물수제비가 최고입니다 가슴에 금빛 햇살이 <비극적 황홀>로 부서집니다 죽이지요 두규네 '섬진제' 강변이 딱 어울리는 장소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