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날 부산에도 강추위가 찾아왔다. 혹여 책 읽을거리 찾는 친구들을 서점에서 만날려나 싶어서 느즈막하게 기쁨의집에 나왔다. 역시 책친구들 대신 찬바람소리 요란하다.
막내 동생이 준 빨강 드립기에 커피한잔 내려 마시며 59년생 작가 김혜남씨의 책「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을 살펴 보고 있다. 국립 정신병원에서 정신분석전문의로 일하던 그는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는다' 책을 필두로 10여권의 책을 썼고 그새 130만명의 독자를 가진 정신분석학계의 대단한 중견 작가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마흔세살에 몸이 점점 굳어가는 파킨슨 병을 얻었고 23년간 치열하게 투병하고 있다. 그이가 이 책에서 '마흔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후회를 거울 삼아 들려주고 있다.
마지막 문단에 실려있는 글을 읽는데 심쿵해진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질러 볼 것이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상처를 입더라도 더 많이 사랑하며 살 것이다.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아이는 아이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한 번쯤은 무엇에든 미쳐 볼 것이다. *힘든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않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장도 눈에 띈다. 사람을 너무 믿지마라. 그러나 끝까지 믿어야할 것도 사람이다. 요즘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김혜남씨는 혼자서도 좋지만 둘이서 더 좋고 셋이라서 더 좋다는 것, 부댓끼며 치이는게 싫은 사람들은 지금 내가 여기있다는 사실을 알아줄 아무도 없다는게 얼마나 외로운지를 경험적으로 알려준다. 누군가 꽁꽁 문 걸어 잠근이가 있다면 결국 다정함이 그이의 걸어잠근 마음의 빗장을 풀어줄수 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