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깊어지면 詩가 될까요?
해마다 5월이 오면 나의 가슴은 붉게 물든다. 마치 좋아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나 할까. 저가 순천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문학창작 아카데미”를 만난건 2003년이었으니 벌써 11년째가 되어간다.
생각해보면 저는 문학창작 아카데미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훌륭한 시인과 소설가들의 강의를 참 많이도 들었고, 뒷풀이에서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들을 들을수 있었다. 이런 행사가 있어서 난 한국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은, 도종환, 안도현, 정희성등을 가까이서 만나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었다.
문학창작 아카데미는 순천작가회의에서 이 지역 시민들의 문학적 저변확대와 문학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많은 예산이 듬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모시기 힘든, 참 좋은 강사분들만 선별하여 실시해 오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문학과 삶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이며, 자신뿐만 아니라 현실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는 참지식인임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문학의 깊이는 사람의 깊이이며, 문학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루신 분들은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아카데미의 좋은 점은 행사가 끝나고도 문학에 문외한인 이들에게 길문학회라는 육성모임을 통해 꾸준히 지도해 주고, 전시회에 자신의 시를 걸 수 있는 특전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은 문학기행을 통해 작가분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도 하니, 이보다 더 확실한 에프터서비스가 어디있겠는가!
삶의 괴로움과 문학의 발랄함을 주제로 내건 2013 문학창작 아카데미도 그 어느 때보다 수준 높고 풍성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제1강을 맡은 정희성작가는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오랜기간 역임하였으며, 대표작으로<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이것은 시가 아니다>등이 있고. 제1회 김수영문학상 제16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역량있는 분이십니다.
그 분의 詩 “시인 本色”전문을 잠시 소개해 보면.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烏骨)鷄)!>
남에겐 학처럼 보이는 시인이 정작 아내 눈에는 닭에 불과하단다. 그것도 속살이 시커먼 오골계라니,,,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희화화하는 시인의 고백이 솔직하고 재미있다.
제2강을 맡은 함민복 작가는 특유의 낙천과 온기로 가난을 돌파해온 시인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현재 강화도 동막리에서 인삼가게를 하며, 시를 쓰고 있다. 제비꽃 서민시인상, 윤동주상 문학부분대상, 애지 문학상을 수상했고, 신문, 방송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함시인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시도 조금 감상해보자. <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 전/ 딴 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 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 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
제3강을 맡은 강회진 작가는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는 미미한 일부라는 자각과 소시민적, 민중지향적 시각으로 시를 쓰고 있는 분으로 2004년 시인과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시집 순위6위에 “지구의 시간”이 뽑혔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고의 시집이라는 시집도 한 해 겨우 6,000부 밖에 팔리지 않는 답니다.
『일요일의 우편배달부』라는 시집에 있는 「지극히 소심한」이라는 시를 소개해 봅니다.
< 어린 나만 두고/ 급히 일 보러 먼 길 가신 부모님/ 해거름 전화해서/ 소밥은 잘 주고 있느냐? / 밥 잘 챙겨먹고 있느냐?가 아니라/ 소 걱정을 먼저 하다니/ 소만도 못한 나는 밥이고 뭐고/ 이불을 쓰고 울었다/ 꿈속에서 길을 헤메다 깬/ 이른 아침/ 부모님께 전화를 한다/몸 성히 잘 계시냐는 말 꾹 삼키고/ 고작 한다는 말, 앵두는 다 익었어요? >
제4강 김진경 작가는 1974년 한국문학 시부분 신인상으로 등단하였고, 동화 “고양이학교”로 프랑스 아동청소년 문학상인 “앵코립티블”상을 받은바 있습니다. 참여정부때 2년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바 있습니다. 故노무현대통령 장례노제때는 바보 노무현에게 바치는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이 꽃피는 나라로 살아오소서>란 헌시를 낭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작년 9월에 아산도서관에서 교육가족을 상대로 강연회를 했는데, 강연제목이 참 특이 했습니다. 뭐였냐고요? “왜 고전풍의 야한 영화 제목에는 뽕이 많이 들어갈까?”였습니다.
이날 작가는 “언제나 근본적인 생각이나 상상력의 전환은 그 문화의 가장 깊은 바탕을 이루고 있는 신화적 틀에 대한 재해석에서 출발한다”고 설파하였습니다.
그의 詩 “내소사” 를 보면 <그대 지난날들을 아파한다는 소식/ 꿈을 잃기도 했다는 소식 듣고 있습니다/ 이런 밤에는 저 높은 잣나무를 타고 싶습니다/ 중략 >
제5강을 맡은 임성용작가는 1992년 「삶글」에 시와 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는데요, 현실의 밑바탕에서 으르렁대는 삶의 힘을 생생하게 그려낸 노동자 시인입니다.
그의 시 「아내가 운다」의 일부를 옮기다 보면, 내 마음도 찌르르 감전되는 느낌이 오는데요
<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통장과 육십만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 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음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으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 말없이 이불을 쓰고 잠자는 척 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는 말이/ 더 불행한 약속임을 왜 모르겠는가/ 중략,,,>
이번 문학창작 아카데미는 한 강좌라도 빠지면, 정말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저는 한 때, 문학이 삶을 깊게 하는 걸까? 아니면 삶이 깊어지면 좋은 문학작품이 나오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조심스럽게 내린 결론은 문학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치열한 성찰, 문학을 통한 간접경험이 삶을 올바르게 견인할 거라는 것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똑 같은 그리움을 갖더라도, 사람에 따라 그리움을 표현하는 문학적방법이 달랐을 경우, 울림을 주는 시가 될 수도 있고, 유치함에 피식 웃음이 나오는 군대편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꽃은 핀다. 단지 피는 시기가 다를 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문학의 향기를 지금이라도 내뿜어 보고 싶으시다면, 5월3일(금)~6월7일(금)까지 매주 금요일 몇 시간을 투자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확실하게 인생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팁 하나: 문학강좌후 뒷풀이에서 강사님과의 인간적인 소통, 문학적 진실을 만날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분도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
첫댓글 이거 기사크기에 비해서 글량이 많다고, 1/5분량으로 확 줄이라는데
어떻게 줄일지 고민이네요 T.T
오우... 기사 내용은 넘 좋아요...
문학 아카데미는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힐링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관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