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을 찾은 필리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남이섬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든 남이섬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이섬의 최근 10년간 외국인 방문객 증가세는 가파르다. 2008년 17만 명을 시작으로 매년 20% 이상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30만 명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127개국에서 방문하는 등 입장객 국적도 다양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 8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886만4천182명이다. 이 중 남이섬을 찾은 전체 외국인 방문객은 13.5%인 65만4천898명이다. 방한 외국인 100명 중 13~14명꼴로 남이섬을 찾은 셈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지만 다른 국가에서 온 관광객은 60만1천542명으로 10.7% 증가했다. 동남아 8개국(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으로 좁힐 경우 16.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석 명절 황금연휴 기간(9월 30일~10월 9일)에는 외국인만 약 3만4천명이 방문했다.
남이섬은 외국인 눈높이에 맞춘 관광 편의에 힘쓰는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섬 곳곳에서 전 세계 국기와 인사말을 쉽게 볼 수 있다. 남이섬의 관광안내 리플릿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까지 7개의 다양한 언어로 준비돼 있다. 가이드가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등 3개 국어로 남이섬을 소개하는 무료 스토리 투어도 진행 중이다.
남이섬이 필리핀 국민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 8월까지 남이섬을 찾은 필리핀 관광객은 5만1천909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한 3만978명보다 67.5% 증가한 수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한국을 찾은 필리핀 관광객은 29만7천221명이다. 필리핀 관광객은 6명 중 1명꼴로 남이섬을 방문했다.
필리핀 입장객이 급증한 것은 남이섬을 배경으로 촬영한 한국 필리핀 합작 드라마 ‘마이 코리안 자기야’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부터 필리핀 방송사 GMA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마이 코리안 자기야’는 최고 시청률 12.6%를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가 처음 방영된 지난 8월 한 달간은 3천343명이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 1천900명 대비 131% 증가했다.
가족과 함께 남이섬을 찾은 필리핀 관광객 셰리파 파블로(26) 씨는 “즐겨 보는 드라마 ‘마이 코리안 자기야’를 계기로 남이섬 여행을 오게 됐다”며 “드라마에 나온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섬 전체를 돌아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께 여행 중인 제인 바크윈(25) 씨는 “필리핀에는 가을이 없어 꼭 남이섬을 가을에 오고 싶었다”며 남이섬을 방문한 이유로 가을 단풍을 손꼽았다.
남이섬 전명준 사장은 “남이섬에는 수년간 지켜온 불가사의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절경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독특한 경치와 문화가 있다”며 “K-POP이나 쇼핑에 의존한 관광이 아니라 문화 활동과 콘텐츠가 영속성을 가진 대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