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치킨에 생맥주를 한 잔 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줌으로 책모임을 하는데 저녁 준비를 하다 보면 저녁도 못 먹고 수업에 들어가야 하니 간단하게 치킨을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킨집 메뉴에 생맥주도 있어서 작은 거 두 병을 같이 주문했다. 수업을 해야 하니 한 잔만 마셨지만 어쨌든 음주 수업이 된 거다. 오늘 수업은 창비에서 나온 김기정 장편동화《해를 삼킨 아이들》의 세 번째 이야기 〈대장 곰보〉였다. 1920년 즈음 압록강 너머 백두산 끝자락 어디쯤에서 꽤나 알려진 이름 곰보가 주인공이다. 곰보는 온갖 심술과 장난질이 악동을 넘어 악당이라고 불릴 만한 인물이다. 그런데 곰보가 아홉 살이 되자 마을 아이들의 대장이 되었으니 그 이름이 ‘곰보 부대’였다. 어느 날 곰보 부대는 일본군을 만나 된통 당하게 된다. 그런데 곰보 부대가 전쟁 놀이를 하던 산성터에 일본군 천여 명이 막사를 짓고 머무르게 된다. 곰보 부대는 개울이 시작되는 산골짜기에서 똥을 싸 대고 옻나무 껍질과 어린 가지를 잔뜩 꺾어 물속에 재워 놓고 죽은 쥐까지 집어넣었다. 산성터에 진을 친 일본군들은 설사병이 나고 모두 심상치 않은 병이 나고 말았다. 일본군을 물리친 곰보 두 대는 “만세!”하고 소리치며 ‘독립군가’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뒷날 섬나라 한 역사학자는 미야자끼 부대가 원인 모를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그들이 이틀이나 늦게 도착하면서 다른 부대가 몰살당했다고 말했다 한다. 이것은 청산리 전투와 봉오동 전투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한데 이렇게 작가는 실제 있었던 일을 상상속 이야기에 끼워 넣으며 은근슬쩍 재미를 더하도록 하었다. 역시나 오늘의 이야기도 통쾌함과 재미가 솔솔 났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일본군을 세균전이라는 기발한 방법으로 물리친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었다. 악동, 개구쟁이가 좋다. 독립군가도 반가웠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식민지 조선 백성이 일제의 침탈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이 보였다. 청산리 전투나 봉오동 전투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신출귀몰한 투쟁의 형태를 띠곤 했는데 이는 유격대, 게릴라부대의 모습이다. 적은 숫자이지만 간도지방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조선 민중이 잘 아는 길을 단축시켜 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던 것이다. 이는 백성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무장투쟁을 보면 우리가 전투력에서 비교할 수도 없게 약하고 대등하게 싸워서는 성과를 낼 수 없어 저항세력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테러(요인 암살 등)나 건물 폭파와도 같은 방법들이었다. 이후의 이야기에서는 해방전후사에 대한 것도 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수난과 항쟁의 역사로서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에는 주로 어린이가 등장하면서 매 이야기마다 즐거움과 통쾌함을 주니 좋다. 즐거운 이야기도 읽고 선생님에게 역사 공부도 배울 수 있으니 이 시간이 참 좋구나. 이렇게 오늘의 수업을 정리하면서 씨즌 22번째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