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겪고나면 잠시 편안한 기간이 찾아 오게되고 지나간 어려움은 금방 잊고
즐겁게 살아간다. 이럴 때 좋은 마음에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게 되나보다.
데미샘우유는 보통 시중에서 우유를 담는 녹색의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서 배송을 한다.
한 박스에 13개의 우유가 담겨진다. 이 박스를 1톤 냉동차량에 적재하게 되는데,
적재함에 가로로 4개의 박스가 놓여지고 이를 5단 까지 쌓아서 운반하게된다.
여기에 2가지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
하나는 4개의 박스를 적재하게 되면 약 20cm의 틈이 생기는데, 운송시 안전을 위하여 이 틈을 무언가로
막아서 박스가 움직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 목장에서 생산하는 우유량이 이 1톤 트럭의 적재함을 가득채워서
조금만 더 물량이 늘어나면 차 한대로 배송이 어렵게 된다.
이 문제들을 한방에 해결하는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플라스틱 박스 만드는 공장(경기도 부천시 소재)에 특별히 주문하여 가로는 20cm 이고 세로와 높이는
기존 박스와 치수가 같은 박스를 주문 제작하였다.
이 박스에는 우유 8병이 들어가는데, 이 작은 박스의 적재수량은 최대 28개이므로 우유 224병을 더 실을 수있는 것이다.
물론 틈새가 없어져서 박스들이 움직이지 않는 장점도 있는 것이다.
우유224병이면 유량으로 200kg정도이니 지금 보다 200kg 이상을 운반할 수 있으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7월 28일 이 작은 박스에 처음으로 우유를 담아서 배송하기 시작한 것이다.
8월 13일에는 새로운 pet병 제작을 위하여 대구에 있는 prt병 사출업체인 KIB로 부터 견적을 받았다.
prt병과 뚜껑 포함하여 @300 이다. 유리병이 @580원 이 것에 비하면 상당히 싼 가격이다.
물론 유리병과 프라스틱병 과의 차이점은 분면히 있다. 유리병이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일 것이다. 그런데 생협측에서 우리 공장의 생산비를 줄여준다는 명분하에
유리병에서 prt병으로 전격적으로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개당 280원이면 한달간 이익되는 것이 무려 900만원 정도이다.
그러니 나는 생협의 뜻에 따르는 수 밖에... 단지 소비자들에게 미안하고 정들고 자부하던 유리병을 포기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였지만.. 유리병은 무거워서 배달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prt병은 가볍고 취급하기에
무척 편리하고 훨씬 많은 량이 차에 적재가능하였으니 아쉽지만 시원섭섭하였다.
그런데 생협 홈페이지에 조합원들의 비난의 댓글이 몇달이 지난 지금 까지 매우 강도있게 올라온다.
그래도 우리 데미샘우유는 한달 앞의 것 까지 미리 예약 주문이 되어있는 상태가 유지되고있다.
미안하지만 샐협에서 내린 결정이고 비난의 대상이 생협이라 나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 따름이다.
금년 여름은 그 어느 해 보다 힘들고 어렵게 지나간 것 같다.
보통 8월 15일 쯤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이 곳도 금년에는 늦게 까지 더웠다.
우유공장 전처리실에서의 작업은 특히 답답하고 덥고 지루한 그래서 반복적인 일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일만 힘든 것이 아니라 골치 아픈 일들이 자꾸 발생되었다.
매일 무엇이 고장나고 오작동을 하여 앞이 캄캄하게 하였다.
스팀보일러가 고장나고 우유송출모터가 고장나고 이것 저것 말썽 부리는 것들이 줄을 이었다.
모두 나를 단련시키고 공부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가 아니고 지극히 문과적인 나이지만 이런 기계들을 분해하고 이상을 발견하고
전문업체와 상담 후 수리하여 재 장착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여러가지 기계등에 대하여 익숙해지게 되었다.
이런 업무적인 것과는 달리 내 감성을 자극시키는 그런 일일들들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런 것들은 나에게 활력과 꿈틀거림을 느끼게해준 매력이었던 것 같다.
아뭏튼 결정적인 고장이 예견되었다.
우유를 병에 자동으로 충진하고 뚜껑을 자동으로 캪핑하는 복잡한 기계를 4년간 사용해오면서
크고 작은 보수와 관리를 해왔는데, 그 제작업체에서 이 기계 전체를 분해하여 점검하고 이상이 있으면
수리하고 교환하여 재 조립하는 어려운 작업 소위 "오바홀" 자업을 해야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날 갑자기 기계가 멈춰 설수 았다는 것이다.
견적이 왔는데, 자그마치 2200만원이다. 4병이소 4일을 작업해야 하니까 주말을 끼더라도 금요일 토요일 이틀은
공장 가공을 중단해야 된단다. 이런 소리는 봄 부터 들었던 터라 약간의 불안감 속에 매일작업을 진행 중이었었는데,
날씨가 시원해지는 구월 쯤에는 어차피 해야될일 이라면 과감하게 진행하고자 생각하고
생협측과 공장 휴무에 관하여 협의하여 D-day를 잡았다. 9월 6일 목요일 가동이 끝나는 오후 부터 시작해서
일요일인 9일 마무리 작업하고 월요일 아침 생산과정을 참관하면서 보완 수정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작업과정에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품들은 대략 500만원 어치 된다한다.
그럼 나머지 1700만원은 모두 인건비란다. 16명이 일하므로 일인당 하루 인건비가 백만원이 넘는 계산이다.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같아서 2번 정도인가 시흥에 있는 이 업체를 찾아가 금액을 네고하였다.
좀 비 싼 이유는 자기들의 노하우와 분해 했을 때 기계속에 어떤 고장이 있을 지 알 수 없으므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높게 책정했단다. 겨우 1800만원으로 4백만원 깍았으나 이도 이해 안되는 비싼 금액이었다.
어쨋든 9월 6일 우유생산을 마치자 말자 전 직원들을 동원해서 작업중 공장바닥이나 벽등에 손상이 우려되는 곳에
합판을 까는등의 준비 작업을 하고 지원들로 하여금 바닥 에폭시 방수페인트 도색작업을 지시했다.
페인트가 마르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작업이었으므로 이 기회를 이용한 것이다.
드디어 작업이 시작되었다. 곁에서 일일이 사진을 찍어 두었다. 내가 보기엔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매일 같이 우유를 충진하고 캪핑하던 기계들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고 마음이 개운하였다.
내가 만든 기계는 아니지만 그 속을 보고 이해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첫날 저녁 일을마치고 진안 읍내에 그들의 숙소를 잡아주고 저녁을 대접했다.
고기 안주와 술을 접대하고 편히 쉬고 내일 열심히 일하시라고 말씀하고 나는 돌아왔다.
다음날 그들중 2명은 오전 내내 자동차 안에서 괴로워하며 일어나질 못했다.
간밤에 늦게 까지 술을 더 마셨다 한다. 매일 밤마다 술들을 많이 마셔덴 것이다.
아침에 보면 술냄새가 진동을 하곤 하였다.
작업 도중에 무슨무슨 베아링이 필요하다, 붓싱을 사와라 등등의 요구에 하루에도 2번 씩 전주로 나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품들을 사다 대주곤 하였다.
그들이 나에게 전해준 견적서를 검토해 본 결과 스프레이형 식용그리스 1개에 30만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그리스제조업체를 자세히 알아본 결과 불과 5500원 짜리라 했다.일단은 모든 것을 수긍하고 무사히 자업이 완료되기를
기다렸다. 무사히 작업이 완료되고 이제는 새 기계가 된듯 개운한 마음으로 유가공작업을 계속하였다.
최근에 이 업체를 방문하여 대화하는 중에 두가지 문제를 제기하였다.
작업자들의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식용그리스가 30만원이라 했는데, 불과 5500원 밖에 안하드라고.
업체의 대표로 부터 사과의 말씀을 듣고 용서해 주기로 마음먹고 잔금을 모두 결제하였다.
이렇게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2012년이 이제 몇일 남지 않았다.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10월 25일 내년도 호밀 수확을 위하여 종자를 파종하였다.
부디 내년에는 힘든일이 안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