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시조 첫 발견… 1942년 신석초에 보낸 엽서에 두 수
일제 침략기 저항 시인 이육사(본명 이활.1904~1944.사진)의 시조(時調)가 처음 발견됐다.
손병희 안동대(국문학)교수는 27일 "육사가 문우(文友)인 신석초(1909~1975) 선생에게 보낸 엽서에 쓴 시조 두 수를 최근 발견했다"며 "육사의 시조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30일 출간되는 '육사 탄신 100주년 기념 시집'(성심)에 소개된다.
기다림과 그리움이 주제인 이 시조는 육사가 경주의 사찰 옥룡암에서 요양 중이던 1942년 8월 4일 충남 서천군 화양면에 있던 석초 선생에게 보낸 엽서에 펜으로 썼으며, '前書(전서.앞에 쓴 편지)는 보셨을 듯/하도 답 안 오니 또 적소/웃고 보사요'라는 머리글 다음에 적혀 있다.
손 교수는 육사가 독립운동을 하다 10여 차례 옥고를 치른 데 이어 41년 폐질환을 앓은 뒤 건강이 나빠져 사찰에서 요양 중 쓴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여 일 전인 7월 10일 석초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이 오지 않자 엽서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동시의 의뢰로 김용직(서울대 명예교수)박사와 기념 시집을 만드는 과정에 석초의 조카인 신홍순(63)씨에게서 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육사가 쓴 시.수필.평론.한시 등은 있지만 시조는 처음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3.4조의 운율에 전형적인 평시조이며 작품성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시조 첫 부분인 '뵈올까'의 대상을 석초나 민족.조국으로 해석했다.
손 교수는 "시조의 발견은 육사가 문학의 모든 장르를 아우른 뛰어난 문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 시집에는 이 외에도 육사가 쓴 '산''화제''잃어진 고향'등 3편의 시가 처음으로 실린다.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에서 태어난 육사는 저항정신과 민족의 비극을 그린 '광야''청포도''절정'등의 시를 남겼으며, 37년 신석초.윤곤강.김광균 등과 함께 시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하기도 했다. 육사는 이 시조를 쓴 다음해 독립운동을 한 혐의로 서울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돼 베이징으로 이송된 뒤 44년 베이징 감옥에서 숨졌다. 안동시는 육사 탄신 100주년을 맞아 기념 시집을 발간하고 생가 앞에 육사문학관을 개관하는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연다.
한편 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육사 전집'(깊은샘)도 출간됐다. 430쪽 분량의 전집에는 육사가 조선일보 대구지국에 근무할 때 쓴 조사보고서 '대구 약령시(藥令市)의 유래', 1940년 '시학' 1월호 설문에 대한 응답 등 미공개 자료들이 실려 있다. '대구 약령시의 유래'에는 육사의 이름이 '肉瀉(육사)'로 씌어져 있다.
<뵈올까 바란 마음 그 마음 지난 바램/
하루가 열흘 같이 기약도 아득해라/
바라다 지친 이 넋을 잠재올가 하노라//
잠조차 없는 밤에 촉태워 앉았으니/
이별에 병든 몸이 나을 길 없오매라/
저 달 상기보고 가오니 때로 볼까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