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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학교 전경 | 보았습니다 거대한 난민촌 서울의 한 복판에서, 시청앞 광장에서 국가 대한민국이 아닌 ‘마을 대한민국’을 보았습니다 잊었거나 잃었던 사람사는 세상을, 오래된 미래마을을 보았습니다
돌이켜보니 한 백년 전, 자비가 없는 정부의 방침과 당최 말이 통하지 않는 공권력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국가와 정부를 믿지 못한 마을사람들의 목숨은 천지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제 딴에는 아무도 못 찾을 공간으로, 마치 이 세상 어디도 아닌듯한 공간으로, 어느 산골짜기로 연기처럼 스며들었습니다 단 하나 뿐인, 단 한번 뿐인 목숨을 겨우 살리며 살았습니다
살면서 주로 한 일은 하늘에 떠 계신 하느님, 또는 하나님이나, 땅 속을 파고 누운 조상님을 믿는 일이었습니다 사실은 땅 위의 서로가, 땅위의 스스로를 믿을 뿐이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좀 흐르자 그게 또 ‘'사람사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마을은 제 스스로, 또 다시 국가와 정부로 개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완력과 욕심이 센 한두 사람이 나서 저지른 짓이었지 대다수 마을사람들은 끼고 싶지 않은 아사리 판이었습니다 굳이 국민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살아가려면 그저 마을사람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러니 몹시 궁금합니다 완장의 신을 섬기는 정치인을 섬기는, 돈의 신을 모시는 경제인을 모시는, '쯩'의 신을 따르는 교수단을 따르는, 말의 신을 믿는 성직자를 믿는, 그런 것들을 내내 구세주로 알고 사는,
그러니까 결국 기꺼이 진심으로 투표를 하고 마는, 과반수가 넘는 현대 대한민국 천민자본주의의 난민들이 왜 마을에서 그냥 마을사람으로 살면 안 되는지 왜 국가에서 국민으로 살아가려 그토록 기를 쓰는지
졸시 ‘국가의 발생’ 전문이다.
시청 앞 광장의 꺼지지 않는 촛불을 바라볼 때마다의 심정이 쌓여 어느새 이런 시가 되었다. 국가는 꼭 존립해야 하는 건지, 정부가 없으면 사람은 생존할 수 없는 건지, 이대로 어느 국가의 국민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건지, 그냥 작은 마을의 마을사람으로만 생활하면 안 되는 건지 늘 궁금했다. 그러다‘마을’ 또는 ‘생태공동체마을’을 살아가는 동안 풀어보고 싶은 어려운 숙제의 화두로 꺼내들었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건강한 인간성이 계발되는 미래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이른바 ‘생태공동체마을’을 일컫는 흔한 정의다. 유기 순환농업, 생태건축, 대체에너지, 공동생산과 공동분배, 민주적 회의체, 영성 수행프로그램 등의 방법론으로 생태공동체마을은 세워지고 꾸려진다. 새로운 삶의 터전, 새로운 삶의 방법론으로 대안적 삶을 실천해보려는 용기있는 지혜를 갖춘 강고한 사람들이 주로 이런 마을에 모여 산다.
우리나라에도 이른바‘생태공동체’를 표방하거나 지향하는 마을은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다. 마땅히 대개 농촌지역에 마을의 터를 잡고 있다. 생태공동체라고 굳이 수식하지는 않더라도 자연과 조화롭게 상생하며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높이 두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은 그 수효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제 각기 계획공동체, 생태전원마을, 공동주거, 귀농인촌 등 다양한 형태와 지향점을 가지고 건설되고 경영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성공적인 생태공동체마을 사례가 없다는 주장이 우세한 편이다. 과연 그 성공의 기준과 척도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 대한 논의도 여전히 분분하다. 어쩌면 서로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어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 더불어 사이좋게 베풀고 나누며 살아가려는 생태공동체마을이란 너무도 지난한 실험이나 모험이 아닌가 하는 일반 대중의 우려와 자조는 깊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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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공동체입구 |
분명한 것은 생태공동체마을이란 국가나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권력을 부리는 집단에서 주도하는 정치혁명이나 제도혁신의 산물일 수는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결코 안 되겠다는 엄연한 원칙이 있다. 생태공동체마을을 만들어 그곳에서 살아보겠다는 것은 그저 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삶의 태도와 방식에 변화를 주려는‘자연인’들의 작고 낮고 느린 움직임에 다름없다.
자주적인 힘으로 정상화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불합리와 부조리가 만연한 현실의 정치 틀과 제도의 굴레에서 일정하게 벗어나 살아보려는 주권자로서의 지극히 주체적인 시도이다.‘주어진 국민의 자리’에서 좀 내려와 스스로의 선한 자유의지 대로 살아보려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삶의 방식이자 생각의 표현일 따름이다.
어쨌든 그런 마을에는‘남다른 세상’이 있다. 보다 멀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남다른 생각’도 있다. 그 마을로 가는 험한 길을, 함께 가 보자 우리.
민들레홀씨같은 사람들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갈전마을 속에 자리잡은 산청 민들레공동체에는 민들레홀씨들이 모여산다. 20명의 어른과 11명의 아이들은 모두 민들레홀씨처럼 살아간다. 소박한 모습으로,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며, 뿌리 깊게 살아가는 민들레꽃을 생활의 교범이자 양식으로 삼삼고 있는 것이다.
민들레공동체를 세운 이는 김인수씨(50세)다. 공동체의 대표이자 대안학교 민들레학교의 교장 노릇을 하고 있다.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 농대와 서울대 농대에서 농촌지역사회개발을 공부한 박사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전도사이기도 하다. 민들레학교 교감으로 일하는 부인 권근숙씨(47세)씨는 교육학을 공부했다. 주로 집과 자연을 학교 와 놀이터삼아 공부하고 생각하고 뛰노는 진혁, 주원, 진하 등 아이 셋을 두고 있다.
민들레공동체 부설 대안기술센터 소장 이동근씨(40세)는 5천여평의 우렁이 논 농사 일을 비롯해 공동체의 대소사는 물론 부인 전봉선씨(38)와 네 아이(경인, 해인, 세인, 자현)의 삶도 함께 책임지고 있다. 집 안팎에서 총무 노릇을 하는 셈이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덕분에 공동체를 대표해 영국에서 대안기술(적정기술)을 전공해 석사를 받아왔다. 대체에너지 기술을 전수하는 교육프로그램인‘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를 열어 운영하는 등 국내 대안기술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는 평생가족이 될 것을 서약한 사람을 뜻하는‘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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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학교 앞 대안기술센터 이동근소장 |
경상대에서 지속농업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는 손다니엘씨(36세)와 유길순씨(36세) 부부는 세 자녀들(초연, 지환, 희영)과 함께 ‘공동체 가족’으로 생활한다. 이미 일본에 유학해 농업을 공부한 데 이어 여전히 농업공부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차기 대안농업 책임자 내정자로서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이다.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으로 기존 사유재산 외의 모든 경제생활을 함께 공유하는 가족이다.
노동과 기도의 삶을 영위하는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에서 10년 동안 공동체생활을 한 김봉성씨(40세), 김지은씨(32세) 부부는 아들 한결이와 함께 공동체에 들어와 민들레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태희씨(53세), 정양자씨(49세)는 민들레공동체와는‘마을 가족’의 관계이다. 마을가족 이란 공동체주변에서 독립적인 주택, 토지, 경제를 영위하는 가족으로 공동체 식구들과 더불어 살기를 서약한 사람을 말한다. 민들레학교 아래 2층 짜리 스트로베일하우스 지어놓고 이제는 없어서 못 판다는 자연양계를 생업으로 자립해서 민들레공동체와 협력한 여러가지 일들을 모색하고 있다.
서양화가인 이은실씨(34세)는 민들레공방 실장을 맡고 있다. 7년 째 민들레에 살고 있고 3년 전에 퀼트 작업도 시작해서 요즘은 주로 가방, 장식품 등을 만들고 있다. 민들레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일하면서 인근 사천지역의 다문화가정자녀를 위한 문화교육프로그램도 지원하는 지역일꾼으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기농 전문가 박지용씨(56세), 최규천씨(30세), 윤자영씨(28세)는 각각 농업, 역사 및 수학, 영어 과목을 맡아 민들레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여기에 김인수대표의 장모인 정갑조씨(83세)와, 홀로 자립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 민들레공동체에서 더불어 생활하는 이른바‘생활보호가족’ 유다윗씨(62세)까지 민들레공동체 식구라 할 수있다.
캄보디아에도 공동체의 가족들이 일하러 나가 있다. 인류를 섬기는 봉사의 삶을 실천하려는 것이다. 공동체 정회원 가족인 김기대씨(40세)는 경상대에서 수의학을 공부한 수의사로 부인 류소현씨(40세)와 캄보디아에서 ‘꿈과 미래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역시 공동체 정회원 가족인 정남식씨(41세), 이만선씨(38세)는 유기농 전문가로 캄보디아 꿈과 미래학교에서 유기농 교육을 하며 시범 농장 설립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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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로베일하우스 |
‘교회’와 ‘교파’가 없는 무교회
민들레공동체의 공간적 터전은 산청 갈전리 둔철산 동쪽자락의 전형적인 산촌이다. 얼핏 60여호의 남짓한 전통농가로 이루어진 갈전마을 맨 뒷편 야트막한 동산 위에 공동체의 터전이 자리잡고 있다. 둔철산 서쪽자락에는 간디학교가 자리잡고 있고, 갈전마을 위로는 간디학교에서 만든 갈전교육생태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민들레공동체는‘민들레교회’라는 안내판을 마을 어귀에 세워두었다. 일반적으로 생태공동체마을을 분류하는 기준에 따르면 기독교신자들의 영성공동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는 아니다. 교회건물이나 목사도 따로 없다. 공동체의 주요의식인 예배도 3가족이 함께 사는 공동주거공간인 공동체주택에서 김인수전도사가 이끈다. 심지어 공동체식구들 마다 교파도 여러가지다. 심지어 가톨릭신자도 공동체 안에 들어와 살고, 종교를 믿지않아도 공동체의 철학을 공유하고 공동체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공동체식구로 맞이한다. 열린 공동체다.
마당 한켠에는 흙벽돌로 지은 민들레공방, 볏짚단을 쌓고 황토흙을 다져넣은 스트로베일하우스로 지은 대안기술센터가 들어서 있다. 공동주택 지붕이나 외벽에는 대안기술을 적용한태양열 난방시스템, 풍력발전기, 바이오매스 발생장치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민들레공동체는 1991년 설립되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 화개리 화동마을에서 김인수대표 부부가 홀로 시작했다. 초기부터 주로 서부경남지역의 무교회 지역전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제 그동안 개척한 20여곳의 농촌교회를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 캄보디아, 인도 등 해외에서까지 농촌지역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무엇보다 농촌의 문제는 사람 문제에 있음을 직시, 농촌을 지탱하고 먹여살릴 농촌개발인력을 기르는 데 물질적, 영적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대안기술센터를 따로 설립해 대체에너지를 비롯한 대안기술을 보급하는 한편 스트로베일하우스 생태건축, 우렁이논농사 등 유기농사를 통해 진정성 있는 생태공동체마을의 모델들 몸소 구현하고 있다. 결국 농업과 문화와 영성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귀농공동체운동의 전범을 생생한 실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민들레공동체는 정치나 정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산다. 바람직한 정치와 정부가 되도록 늘 기도한다. 정의와 자유의 정신에 입각하여 행동한다. 모든 가족은 임의로 지방 정치에 참여하거나 휩쓸리지 않는다. 그러지는 말자고 서로 약속하고 합의했다. 불가피한 정치적 사안이 생긴다면 공동체 대표가 대표로 의견을 제출하기도 한다. 오늘날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고만 중앙의 크나큰 교회와는 노골적인 대척점에 서 있는 셈이다.
민들레공동체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어려워 자립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늘 같이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모시고 살아야 온전한 공동체가 된다는 뚜렷한 소신이다. 능력 있는 공동체가 아니라 그런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고 더불어 나누기 위한 공동체를 하고 싶은 것이다.
대안기술의 진원지
부설 대안기술센터는 영국에서 생태건축과 재생에너지를 공부한 이동근소장이 이끌고 있다.
대안적인 삶을 구현하려면 그 기반이 될 수 있는 각종 대안기술을 연구하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동런던대학 산학협동과정에서 2년동안 공부하며‘캄보디아 도시빈민들을 위한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으로 석사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그 필요를 본격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2006년 5월 대안기술센터를 따로 만들었다.
스트로베일하우스건축, 바이오디젤, 풍력발전, 태양열난방, 자전거발전기 등의 기술과 개념이 정립돼있다. 대안기술이 필요한 외부 사람들을 위해 그 기술을 공유하는 워크샾도 꾸리고 있다. 소수력발전이나 소형풍력발전기는 캄보디아 등 제3세계 빈국에도 보급하고 있다.
대안기술이란 농촌지역의 열악한 기술을 상호 보완해 농민 등 가난한 사람을 살리고 자본의 종이 되지 않고 삶을 유지하게 하는 지속가능한 기술을 뜻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E.F.슈마허가 주창한 인간 중심의 중간기술, 돈 없고 힘없는 다수 민중들도 쉽게 구현해 활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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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공동체공동주거주택 |
공동체는 2층짜리 공동체 가족의 주택 2채와 민들레학교 건물 3동, 대안기술센터 사무실을 스트로베일하우스로 지었다.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house)는 흙과 볏짚으로 벽체를 쌓아올리는 생태건축 공법으로 지어진 집을 말한다. 약 100년전 미국에서 시작돼 국내에서는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http://cafe.naver.com/strawbalehouse)를 중심으로 새로 보급되고 있는 신개념의 생태건축이다.
무엇보다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장점은 벽이 숨을 쉬어 통풍이 잘돼 음식냄새가 배지 않고, 황토, 볏짚, 천연페인트 등 친환경자재로 시공되어 항아토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소의 사료용으로 성형한 볏짚(스트로베일)도 쉽고 싸게 구입할 수 있어 건축비용을 절감할 수있고, 단열효과가 뛰어나 냉난방비를 절감하는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어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생태적인 장점이 크다. 가히 생태공동체마을의 이상과 현실에 부합하는 진취적인 생태건축 공법이라 할만하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을 자동차나 보일러에 넣는 기름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에너지이다. 실제로 본인의 자동차에도 사용하고 있는 이동근소장은 “버려지는 값싼 폐식용유를 재활용하면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식물성 유지 작물을 심어 수확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환경과 사람을 살리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애우‘를 우대하는 민들레학교
2007년 3월 개교한 민들레학교는 그저 대안학교에 그치지 않는다. 농촌의 문제를 결국 사람의 문제로 보고 인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민들레공동체의 핵심사업이라 할 수 있다. 농촌에서 살며 농촌을 살리는 농촌의 인재를 키우려는 목적이 크다.
생명존중과 조화로운 삶이 공동체와 학교의 기본철학이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귀하게 여기고 생명의 소비를 최소화하는 삶을 살도록 힘 쓴다.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자세도 잊지 않는다. 학교의 모든 식구들은 삶의 궁극적인 완성이 예술적 측면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믿는다. 생존을 위한 노동과 생활을 위한 노동 사이에 삶의 아름다움을 키워나가는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힘쓴다.
학교 역사는 채 2년이 안 됐지만 오랜 공동체 역사의 성과물이다보니 공동체 정신, 유기농, 대안기술, 무엇보다 국제적인 리더십을 세우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노하우를 이미 갖고 있다. 그러니 그저 학교를 위한 학교가 아니라 공동체 역사로 이루어진 삶의 결실이고 고백이라는 자평이다.
민들레학교는 비인가 중등과정으로 3학기제로 운영되는 대안학교다. 5명의 교사와 6명의 강사가 전국에서 모인 14명의 아이들과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공부하고 있다. 교육목적은 한마디로 소박하고 뿌리깊은 삶이다. 교사들은 가장 자유로운 인간이야말로 오래된 미래같은 진정한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 교과목 외에 철학, 노작, 생각쓰기, 농업, 대안기술, 옷만들기, 관현악, 글로벌스터디 등을 통해 자율성, 창의성, 민주적이고 자치적인 생활능력을 가르치려 애쓴다.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 범위, 목표를 스스로 정해서 교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한다. 의식주, 농업, 공예, 목축 등 다양한 경험은 자연스레 공동체와 연계해 배우게 된다.
경남지역, 저소득층 가정, 그리고 지체부자유학생만을 위한 특별전형을 하고 비기독교인이라도 학교의 철학을 공감하고 공유하면 입학할 수 있다. 고등학교 과정의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앞으로 150평 정도의 교육공간, 3~4억원의 재정이 더 필요해 계속 기도하고 노동하고 있다. 또 해외로 나가 캄보디아‘꿈과 미래학교’. 인도 나가랜드지도자교육원 등과 협력 직업훈련 지도자 교육을 시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지에 농업대학을 세울 계획도 있다. 지금 현지인 스태프 두 사람이 공동체에 머물며 풀무학교 전공부, 경상대에서 농업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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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학교 원경 |
‘무소유노믹스’ 민들레경제
남보다 적게 먹고 남보다 적게 욕심내는 공동체에서도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는 최우선 지상과제이다.‘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동체는 지속가능한 미래 계획을 그릴 수 없는 것은 물론 한낱 갈등과 피로의 생활전선 쯤으로 전락하고 만다.
민들레공동체 식구들은 일단 식량만큼은 온전히 자급자족한다. 5천여평의 다랭이 논에 우렁이를 이용한 유기농 벼농사를 짓는다. 콩, 밀 등 잡곡류도 심지만, 주로 산등성이에 널려진 밭농사는 아무대로 일손이 달려 비닐하우스 야채류 텃밭 농사 외에는 본격적으로 달라붙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농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지는 못 한다.
민들레공동체를 찾던 날은 마침 벼가 나이를 먹는다는 복날이 멀지 않은 무렵이었다. 복날은 음력도 아니고 양력인 절기도 아니다. 복날은 간지력(60갑자)으로 만든 날인데, 7월 초 소서 지나 오는 경(庚)자 들어가는 날이 초복이고, 열흘 뒤 두 번째로 경자 든 날이 중복이고 세 번째는 입추 지나 오는 경자 들어가는 날이 말복이다.
벼는 초복 때 한 살 먹고, 중복 때 두 살 먹고, 말복 때 세 살 먹는다 한다. 이때 으레 논에는 벼보다 더 빠르게 자라는 피가 지천이다. 소서, 대서와 서로 엇갈리는 초복, 중복날 뜨거운 햇살 아래 피를 뽑는 김매기 노역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생겼을까 싶다. 농사지을 일손이 달리는 민들레공동체에도 어김없이 복날은 성큼 다가서 있다.
공동체의 연간 전체 수입은 일정하지 않지만 대략 5천만원 정도라 한다. 통계청에서 알리는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소득이 2천만원을 좀 넘는다 하니 어림잡아 2가구의 소득을 합친 정도이다.
지출은 수입에 맞춰 한다. 돈이 없으면 쓰지 않고 돈이 모라자면 지출을 줄인다. 소득의 절반 이상은 전국의 지인, 개인후원자 등 외부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안기술센터, 민들레공방, 민들레학교 등에서 교육, 워크샵, 캠프, 공예품 판매 등을 통해 얻는다.
평생 가족인 정회원은 무소유를 실천하되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지급받는다. 생산과 나눔의 모든 경제 과정에 창조적으로 참여한다. 평생 가족 회원이 공동체를 떠날 때는 공동체에 일단 기부했던 재화는 되찾아 갈수 없다. 그건 이미 특정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고 모두의 재산이거나 또는 누구의 재산도 이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서로의 약속이고 믿음의 출발점인 셈이다.
평생 가족과 공동생활 가족은 소정의 용돈을 지급받고 민들레학교 교사 등 직원 가족은 소정의 급료를 지급받는다. 공동체 소유의 동산 부동산, 모든 유가물에 대한 매입, 매각, 임대, 증여는 평생 가족회의의 협의를 거쳐서 집행한다. 설교, 강의, 노동, 판매의 대가로 외부에서 얻는 모든 돈은 공동체의 수입으로 보고 공동체 재정에 납부해야 한다. 다만 노동의 대가로 얻은 수입에 대하여는 노동을 제공한 각 해당 부서에서 지출에 대한 명목을 결정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공동체에 가입 하려는 회원의 부채는 공동체가 지지 않는다. 공동체가 부득이 하여 진 부채는 우선적으로 갚도록 한다. 또 할부나 부채를 지면서 하는 사업이나 물품 구입은 하지 않는다.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저축은 하지 않는다. 다만 공동체의 장기적 사업과 재생산을 위해서 저축할 뿐이다.
민들레공동체는 돈이 없다. 돈 욕심도 없다. 돈으로 처리하려는 습관을 경계하여 돈의 영향력을 줄여 나간다. 직접 노동을 통한 생활양식을 개발한다.
공동체 생활의 기본은 '무소유'다.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은 분명히 있지만 이익을 좇아 살지 않고 더불어 함께 나누며 사는 게 민들레공동체에서 지향하는 무소유의 기본 개념이라고 한다.
‘생태마을’ 민들레공동체
우리나라에서는 민들레공동체와 같이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기존 자연마을에 들어가 그 마을을 기반으로 지역에 거점이나 네트워크를 모색하는 게 생태공동체마을 건설의 최적의 사례 또는 방법론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작부터 계획적으로 대체에너지, 생태건축 등의 대안적 기술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마을을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을에 혼자 살 때 보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영성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므로 종교에 기반한 영성공동체로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민들레공동체는 생명평화결사 공동체위원장인 황대권씨를 비롯한 생태공동체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성공적인 공동체를 위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무교회 농촌지역선교, 농촌인력개발, 귀농생태마을 건설 등의 뚜렷한 비전과 목표가 있다.
둘째, 정회원, 공동생활 가족, 마을 식구, 학교 교사 등 공동체 구성권 각자의 권한과 책임이 규약에 따라 명백히 설정되어 있다.
셋째, 예배, 식사, 농사, 학습, 해외봉사 등 공동체의식과 활동으로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
넷째, 공동체의 재원으로 유학을 보내고 박사과정에 다니게 하는 등 구성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과 프로그램을 부단히 개발하고 있다.
다섯째, 대안에너지 및 대안기술, 스트로베일하우스 생태건축 등 생태적인 경관 및 디자인 으로 지속가능하고 인간적인 생태마을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여섯째, 유기농 수도작 등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대안기술센터, 아트센터 등 소규모 자립형 생태비즈니스로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실천하고 있다.
일곱째, 외부 후원네트워크, 기부 등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시스템이 공고하다.
여덟째, 서부경남이라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지역과 연대하고 지역에 봉사하는 지역네트워크가 구축돼있다. 아홉째, 캄보디아, 인도 등에 상주하며 대안학교, 유기농 농장 등을 설립, 운영하는 등 세계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국제 연대에 앞장 서고 있다.
바로 이같은 성공적인 공동체의 조건을 적지않게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서 민들레공동체의 현재가치와 미래비전을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세계적으로도 생태공동체운동은 계속 확대, 확장, 증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공동화, 황폐화되어가는 농촌지역의 회생을 위해 귀농인 유치 등 도시인구의 농촌지역 분산 정책에 열심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부적절한 생활환경에서 도시의 난민으로 살아온 도시인들 사이에는 보다 인간적인 생활터전으로 귀소하려는 본능과 요청이 집단적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다양해지고 강해지고 있다.
민들레 공동체는 서부경남의 지역선교라는 개념과 차원에서 출발했지만 새로운 문화와 문명의 중심으로 다시 일어날 ‘살만한 세상’, 미래농촌의 청사진을 그리는 희망과 대안의 발전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사람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 위에, 생명과 평화의 영성을 몸과 마음으로 깨닫고 익히는‘사람사는 농촌마을 속’에 민들레공동체는 분명히 살아 있다.
(* 이 이야기는 월간 인물과사상 8월호에도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