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감사 그리고 치매
운동을 하는 동호회에서 새해의 ‘감사’가 되었다. 감사란 뜻을 찾아보았다.
감사(監査, 영어: audit)는 행정관청·지방공공단체·영조물의 사무처리나 경리·회계의 실태를 조사하여 그 결함을 지적하고 주의를 주는 일을 말한다. 재무감사와 사무감사로 나뉘며 전자는 경리지출의 조사, 후자는 사무처리의 상황조사 및 합리화를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전문적인 감사의 뜻이지만 동호회의 감사가 하는 역할도 이 울타리 안에 있다고 생각된다. 몇 년 전에도 한 번 했던 이 역할에 대해 생각하면서 묘한 방향으로 생각이 달아났다.
한 가지는 ‘감사’ 혹은 ‘감찰’이란 용어를 많이 접하는 요즘이고, 대단히 심각한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사무처리나 경리·회계의 실태를 조사하여 그 결함을 지적하고 주의를 주는 일을 잘 해야 마땅한데도 어떤 사람은 자기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기의 신분을 이용하여 정보를 얻어내어 사적으로 활용하거나 자신과 자기 무리의 이익을 추구한다. 작게는 회사 안에서, 크게는 정부(청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세무·시장감독 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관세청, 국세청,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등이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2015년 6월부터 2019년 5월까지 4년 동안 퇴직공직자들이 퇴직 후 3년 이내에 민간기관(기업) 재취업을 희망해 ‘취업제한 여부를 확인(이하 취업제한심사)’ 또는 ‘취업승인심사’를 받은 결과를 정리·분석했더니 퇴직공직자는 모두 179명이었고 이중 ‘취업가능’ 결정을 받은 심사대상자는 173명이었다. 지난 4년간 ‘취업가능’ 결정이 내려지는 비율이 96.7%에 달한다는 사실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심사가 실질적으로 ‘취업제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별 기관별로 보면 공정위는 취업제한심사를 받은 퇴직공직자 20명 중 18명(90%), 관세청은 60명 중 59명(98.3%), 금감원은 44명 중 41명(93.2%)이 ‘취업가능’ 결정을 받았고, 국세청과 금융위원회는 각각 48명, 7명이 심사를 받아 모두(100%) 취업이 허용되었다.
그러므로 감독기관에는 항상 부정과 불법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하고, 모든 사람들은 감사를 맡은 자가 재무감사와 사무감사를 바르게 하고 있는지를 계속 지켜보아야만 감사가 존재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감사가 있다. 감사는 고맙게 생각하는 태도이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이만한 건강을 주시고 기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즐탁(즐거운 탁구’하고 있다. 운동 신경이 나쁜 탓인지 자주 자세에 대해서 지적을 받고 꾸중(?)을 듣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웃어넘긴다. 나 자신의 한계를 만족해하며 감사한다. 장애가 있는 분들 중에 휠체어를 타고 운동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분들은 자기들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운동한다. 의족으로 달리는 분, 한 팔로 공을 던지는 분도 있다. 허락된 현실의 한계를 감사하고 즐기면 된다. 운동하러 가면 몸을 건강하게 할 수도 있고, 웃고 이야기하며 정신적으로도 건강할 수 있으며, 서로 교제하고 나누면서 사회적인 건강까지 챙길 수가 있다. 행복에 대한 강의(?) 중 한 부분을 인용한다.
행복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 만족하고 감사하자!
그대가 갖지 못한 것을 상상하여 그대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훼손하지 말라!
그대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과거 한때 그대가 갖기를 열망했던 것임을 잊지 말라!
–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
행복의 공식은 가진 것/원하는 것(가진 것에서 원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원하는 것을 줄이고, 지금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면 마음이 어느새 풍족해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행복도가 높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태도를 지니는 점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긍정심리학자인 로버트 에몬스(Robert Emmons)의 실험을 소개해 드릴게요. 실험 대상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일주일에 한 번씩 일기를 쓰게 했습니다. 처음 집단은 감사한 일을, 두 번째 집단은 괴로웠던 일을, 그리고 마지막 집단은 중립적인 일에 대해 일기를 쓰게 했는데, 10주가 지난 뒤 감사 일기를 쓴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자신의 삶을 더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해요. 오늘부터 사소한 것들이라도 일상에서 감사를 찾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배희정 - LG전자 H&A사업본부에서 HRD(교육)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매츄 헨리 목사님의 감사에 대해 인용하고자 한다.
17-18세기에 영국에 매츄 헨리라는 유명한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이분은 기독교 계몽의 많은 책을 저술한 것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그런데 이분이 하루는 밤에 길에서 강도를 만났습니다. 강도에게 돈지갑을 뺏긴 후 이 목사님은 분해하거나 짜증을 내기는커녕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이때 그가 드린 감사에는 4가지의 감사 이유가 있었는데 그게 뭔지 아십니까?
그 첫 번째는, 오늘 강도를 만났으나 그간 한 번도 강도를 만나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감사드렸고, 두 번째는, 강도에게 목숨을 빼앗기지 않고 살았으니 감사하고 세 번째는 지갑을 도둑맞았으나 집이나 온 재산을 도둑맞지 않아서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감사 이유를 말했는데 그게 뭐겠습니까? 그것은 이렇습니다. 내가 도둑을 맞았지, 내가 도둑질한 것이 아니었음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감사는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를 빚어내고 형성시키는 것이라고 말해져 왔다. 마틴 루터는 감사란 "근본적인 기독교인의 태도"라고 불렀는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복음의 핵심"으로 언급된다. 각 기독교인은 인격적인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그들의 창조자에게 찬양하고 감사를 드린다. 그리스도인들이 감사를 할 때 하나님은 모든 선한 것들을 사심없이 주는 분으로 이해된다.
이런 여러 가지를 생각할 때에 나 자신은 항상 감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주의를 준다. 나이를 먹을수록 ‘치매’를 걱정하는데 내 생각에 치매의 현상 중에서 가장 심각한 현상은 감격, 감동, 감사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고집과 독선만 늘어가는 것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신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고 화를 내거나 고함을 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은 모든 것이 옳고 다른 사람들은 부족하거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두세 사람이 모여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정말 알아야 할 것을 잊어먹은 치매 증상이 아닐 수 없다.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들과 함께 운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그들과 함께 웃고 운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운동을 하면서 불필요한 체중을 줄이듯이, 운동을 하면서 짜증과 불평과 비방이라는 불필요한 정신적 체중도 팍팍 줄이기를 바란다. 운동을 해서 육체적인 건강을 즐거워하듯이 운동을 해서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도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점에서 감사의 임무를 새롭게 생각한다. 회원 중에 누가 감사한 마음으로 운동하는지 살펴보고, 누가 인상을 쓰거나 저급한 말을 하며 운동하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 해가 다 지난 후에 얼마나 변했는지, 그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건강의 향상도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