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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에 대한 이해
며칠 전 한 40대 남성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이 불에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피의자는 10년간 정신질환, 조현병을 앓아왔었다고 한다. 이전에도 환자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던 정신건강의학 의사가 환자의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범인은 돌아가신 의사의 환자로서 평소 조울증과 조현병을 앓았다고 전해진다. 조현병(調絃病)은 2011년 3월 이전에는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이 공식 명칭이었으며 일본에서는 정신분열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어감을 줄이기 위해 통합실조증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분열이란 단어 때문에 일반인들이 흔히 지킬 앤 하이드를 떠올린다든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와 혼동하기도 하는데다, 정신이 망가졌다, 실조와 같은 부정적 단어가 주는 정치적 올바름 문제 때문에 2011년 3월 대한의사협회에서 명칭을 "조현병"(調絃病)으로 개정하기로 확정했다.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신경계의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병이 발생한다는 과학적 해석을 담고 있다.
조현병은 어떤 질환일까? 진단기준(DSM-5)에 따르면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잘못된 믿음(망상), 실제 존재하지 않는 자극을 느끼는 것(환각), 알아들을 수 없는 엉뚱한 말(와해된 언어), 기이하게 움직이거나 특정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와해된 혹은 긴장성 행동), 대인관계를 피하거나 의욕을 잃는 등의 모습(음성 증상)이 두 개 이상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6개월 넘게 지속돼 일이나 대인관계, 자기 관리 등에 있어서 어려움이 발생하면 조현병을 의심할 수 있다. 조현병은 환각, 망상, 행동이상 등이 나타나는 일종의 만성 사고장애이다. 전세계 인구 중 조현병 증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은 0.3~0.7%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평생 유병률(有病率)은 1%로 의외로 높은 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남녀 모두 평생유병률이 0.5% 정도이다(2016년 기준).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 가장 극단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와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울증 등과 다르게 신경증이 아니라 정신증에 속한다.
조현병은 주로 '사고' 관련 문제가 생기는데 망상, 환각, 지리멸렬한 언어, 긴장증적 행동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조현병 환자들의 가장 중점적인 특징은 망상이 대부분인데 이 망상의 대부분의 형태는 '근거 없는 믿음 혹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조현병 환자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은 극단적으로 믿고, 의심하고자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의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로 인해 망상이 구체화되면서 그 믿음 혹은 불신이 체계적인 형태로 굳어버린다. 즉, 조울증은 '좋음'과 '나쁨'에 있어서 극단으로 치우치는 질병인 반면, 조현병은 '믿음'과 '의심'에 있어서 극단으로 치우친 질병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믿고, 의심함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조현병 환자들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일반인보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망상(delusion)과 환각(hallucination)의 증상이 나타난다.
위험하지 않은 조현병 환자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다. 병원에서 조현병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치료를 권유하면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결정을 못 내린다. 대부분 조현병 환자가 되는 것을 금기로 여기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원인이 큰데도 ‘의지가 부족해’ 병이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음성 증상을 단순히 ‘나태하고 게으른’ 것으로 잘못 여긴다. 치료 받아 회복된 뒤에도 막연히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간주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의 법대 엘린 삭스(Elyn Sacks) 교수는 조현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왜곡된 것임을 보여주는 한 예다. 그는 만성 조현병 환자로 젊을 때 망상, 환각, 와해된 언행으로 세 차례 병원에 입원했고, 회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법학 및 심리학, 정신과학 교수를 겸임하면서 왕성한 학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꾸준한 치료와 자신의 병을 이해하는 가족, 친구들,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분위기의 직장에서 일을 한 덕분에 삭스 교수는 조현병을 극복할 수 있었다.
최강 르네스병원 정신과장은 조현병 환자를 위험한 수용의 대상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이웃으로 대하는 진정 ‘건강’하고 ‘정상’인 사회를 바라고 있다.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1%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환자가 드물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10대 후반에서 3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해 만성적인 경과를 밟기에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고통이 크다.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약 50%가
거의(혹은 어느 정도로) 회복되지만,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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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조현병환자들의 끔직한 사건들을 보면서 심리,정신건강에 대한 치료와 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크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