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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틈틈이 읽었던 책의 내용이 이제 끝부분을 향하고 있다. 정교의 <대한계년사>는 흔히 애국계몽기로 알려진 대한제국 시기의 역사를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편년체로 기록한 역사서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를 통해서 그 시기를 살아가던 비판적 지식인의 면모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한 개인의 기록이 이처럼 후대의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기록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와 역할일 것이라고 이해된다.
<대한계년사>의 8권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거센 저항이 뒤따랐던 양상들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1906년부터 1907년까지의 역사라 할 것인데, 일제의 강압에 의해 고종이 퇴위하고 순종이 즉위하던 시기이다. 바로 이 시기가 대한제국을 향한 일제의 압박이 더욱 거세게 작동하던 때이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일제에 항거하는 의병들의 활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일제에 협력했거나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가 테러라는 형태로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적절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민중들의 적극적인 투쟁과 고위 관료들의 소극적인 대응을 대비하여 기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제에 의해 고종이 퇴위하고 순종이 즉위하면서, 일제는 이완용 등의 매국노를 앞세워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조약(정미7조약)의 형태로 명문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제와 그에 협력하는 고위 관료들을 규탄하는 상소가 빗발치듯 쏟아졌는데, 저자는 그러한 내용들을 가급적 폭넓게 수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시기에도 국운이 기울어가던 현실을 목도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났다. 이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 활동에 대해서도 세세히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친일 관료들에 대한 암살 사건을 다루면서, 거사의 배경과 준비 과정 그리고 붙잡힌 이후의 재판 내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을 남기고 있다. 당시 학부에 설치한 국문연구소에 대한 기사에서, 저자는 한글 및 한글에 대한 연구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놓기도 하였다. 이처럼 당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저자의 관심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마지막 권의 내용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병합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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