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awl 2013-08-03 조회수 1003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김치를 좋아한다.
김치가 상에 안 놓이면 상이 다 차려진게 아닌 듯하고 샌드위치를 먹을 때도 김치 한조각 먹어줘야
그게 간식이 아니라 한끼니의 식사가 되는 기분이 든다.
킹스턴이라는 작은 도시에 살 때, 토론토까지 한국배추를 사러다녔고, 만약에 배추를 구입하지 못했을 경우엔
양배추로라도 김치를 담가서 그 허허로움을 달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가슴 찡한 김치와 콩나물 무침을 만났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조금만 가면 유대인들 밀집지역인 배덜스트거리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곳에는 저 멀리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등 중앙아시아나 동유럽권에 살던
유대인들이 많이 산다. 사실 토론토에선 워낙인종 전시장처럼 많은 민족이 모여살기에
대부분 자기 민족끼리 형성된 커뮤니티에 발담고 산다. 나만 해도 주로 한국 식품점엘 가고,
가끔 중국마켓이나 이곳 식품점엘 가긴 가지만 다른 민족들의 식품점에 가는 일이 아주 드물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피클용 오이를 싸게 판다는 광고를 보고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봤더니 러시아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간크기의 식품점인데 과일이나 채소등은 별반 다른 점이 없는데
이곳은 아무래도 러시아계통 식품점이라 그들이 즐기는 정어리 훈제라든가 캐비어라든가
연어등 염장된 생선을 많이 팔고 치즈도 종류가 다양해서 조금 신기하다고 둘러보고 있는데
Prepared Food(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 코너에 눈길을 돌리니 한 칸이 전부
Korean Style 이렇게 시작하는 음식을 팔고 있다.
처음엔 이 식품점은 한국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러시안 식품점이고 눈을 씻고 찾아봐야
손님이라곤 동양사람은 나뿐인데, 왜 이렇게 구석진 곳에 위치한 러시안 식품점에서
한국식 반찬에 해당하는 음식을 팔까? 누가 사가긴 하는걸까?
호기심이 발동해서 어슬렁거리며 관찰을 해보니 사가는 사람이 대부분 러시아쪽 사람들이 사간다.
고춧가루를 덜쳐서 좀 허여멀겋긴 하지만 분명히 김치를 킬로그램당 11불에 팔고,
한국 콩나물 무침은 세일을 해서 100그람에 1불, 한국식 마늘쫑 장아찌와 마늘 장아찌,
가지무침과 그 밖에도 당근으로 만든 당근채나물등을 팔고 있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곰곰 생각해보니 1930년대에 연해주나 러시아국경에 접한 만주지역에 살던
우리 민족을스탈린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역사적 사실이 기억이 났다.
예전에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방송을 했었는데 그곳에서 아직도 고려인이라 불리우는 우리 민족이
오래전 음식 맛을 기억하면서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 먹는다는 한국식 밥상이 생각이 났다.
갑자기 그곳에 있던 김치와 콩나물 무침을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한다.
아주 오래전 고통스러웠을 그들의 강요된 이민생활이 떠오른다.
자기들이 원해서 좋아서 간 이민이 아니라 국제적 정세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해서
강제적으로 이주된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그래도 한국식 밥상을 고수하고
그 음식들을 까레이스키들이 먹는 음식에서 그곳 현지인들까지도 즐겨 먹는
음식의 반열에 올려 놓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