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없는 신문
‘춘천사람들’이 창간됐을 때 나는 신문이 청춘의 목소리를 대신해줄 창구가 되길 바랐다.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이라는 소개말에 혹했고, 춘천은 청춘과 낭만의 도시라는 공식을 늘 품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번째 손때가 묻은 신문을 펴 들었을 때까지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나간 100개의 신문에서 청년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사는 손에 꼽힌다. 그마저도 간간히 등장하는 청년 창업자들의 성공신화가 전부다. 대부분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청춘의 일면만 등장할 뿐이다. 지면 한 쪽에 마련한 ‘대학소식’ 역시 행사 개최 등 소식 전달에만 그쳤고, 여론 섹션의 기고에서도 앳된 얼굴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기획 시리즈로 등장했던 ‘21세기 대학생 리포트’는 아르바이트, 휴학 등 일반적 고충과 지방대의 설움 같은 ‘춘천 청춘’만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이후 더 이상의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신문 속에서 청춘을 살려내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일단 신문의 자세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춘천사람들’은 지역 언론으로서의 공적 책무를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정한 취재 범위에 매여 있는 모습이다. 고발하고 꾸짖는 것만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가볍더라도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지면 구성의 획일화를 탈피하는 일이다. ‘춘천사람들’은 매주 대학생 기자들의 기사를 실어내는 청년참여언론이다. 그러나 매주 신문의 주요 기사 자리에는 상근 기자들의 글만 오르는 옥에 티가 존재한다. 대학생 기자들이 만들어낸 기획 기사의 아이템은 주로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다. 따라서 사회 전반 혹은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보다 젊은 시각으로 밀착 취재한 양질의 기사가 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대학생 기자들의 생생한 기사를 신문의 ‘얼굴’로 내보이는 ‘틀을 깨는’ 편집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청년 독자와 신문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청년들은 ‘춘천사람들’을 읽지 않을뿐더러, 심하게는 존재조차 모른다. 청년과 신문간의 접촉점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많은 언론들이 ‘스토리 공모’ ‘자서전 쓰기’ 같은 공모전이나 ‘일일편집국장 되기’ 등의 이벤트를 만들어 독자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충북 옥천을 기반으로 한 ‘옥천신문’은 청년 독자의 창업, 예술 활동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온라인 활용에 역점을 둬야할 필요도 있다. 종이신문을 보는 독자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어디에서나 빨리 접촉할 수 있는 인터넷 뉴스의 파워가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춘천사람들의 온라인 홈페이지나 SNS를 적극 개발해 기사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사 자체의 전문 인력보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거듭한 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젊은 이야기가 맛있는 신문의 양념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춘천사람들이 지고 있는 무거움을 털어내고 활기 있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 시민과 동행하겠다는 목표에서 더 나아가 신문을 통해 시민들끼리 소통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유용한 창구가 돼야 한다.
/문지연